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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4주차 수요일

물미역 2023. 3. 14. 18:50

1.

어제 아침에는 헬쓰장에 가서 트레드밀 5킬로 걸었다. 

3주차부터 거의 매일 아침 가려고 노력하는데 오늘은 안 갔다.

어제 많이 돌아다녀서 좀 피곤한 것 같다. 

수술 전의 기력 회복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사실 수술 부위는 거의 아문 것 같고 딱히 불편함도 못 느끼겠는데 기력이 안 돌아오는 거 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수술 전에는 스쿼트 60정도 들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상상도 못하겠고, 

허리를 꼿꼿이 피는 것도 좀 힘들다. 

이렇게 나는 꼬부랑 할망구가 되어갈 껀가바. ㅜ.ㅜ

사람 몸은 가급적 안 열어보는게 좋은 것 같다. 

살아오면서 장기의 위치나 혈관과 신경의 배선 등등을 통해 에너지 최적화가 수십년간 이루어져 왔는데

몸을 여는 순간 이 모든게 다 리셋이 되버리니까 첨부타 다시 자리잡는데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는 것 같다. 

2. 

어제 점심에는 판교에서 환진이를 만났다.

환진이랑은 대학교떄 꽤 친한 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일년에 한두번정도 그림터 모임에 보긴 하지만 여럿이서 보다보니 둘이서 애기할 기회는 많지 않아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일부러 약속을 잡았다.

글구 판교는 별로 가본적이 엄서서 동네 어떤가 하고 구경삼라 겸사겸사 가봤는데 계획 도시라 역시 환경이 쾌적하고 좋더라.

환진이가 무려 39,000원이나 하는 몸에 좋은 장어 정식을 사주었는데 엄청 맛있었음.

https://naver.me/Gw5TCBHh

 

마루심 판교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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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진이가 멀리까지 왔다고 커피도 사주었다.
커피는 내가 살라고 했는데 끝까지 사겠다고 해서 엄청 고마웠음.

커피도 맛있었음. 

https://naver.me/GAi6INu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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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환진이랑 애기하는 건 정말 즐겁다.

환진이는 신박한 생각을 잘 하고 씨니컬한 편이지만 태도가 부정적이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무력화에 대한 정부 입장이 너무 짜증나서 뉴스도 통 못 보겠다고 했더니

환진이는 사회가 대부분 일베화 되어 있는 것 같다고 결국에는 자위대가 미군대신 주둔하게 될 것 같다고 해서 

겁이 덜컥 났는데 웬지 그렇게 될 것 같다. 

속수무책으로 밀리고만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좀처럼 돌파구가 없다는 상황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여튼 환진이랑 밥먹고 차마시고 환진이는 사무실로 돌아가고

나는 근처 개천 산책길을 걸었다. 

날씨도 따땃하고 기분이 좋았다. 

3.

환진이와 헤어지고 상담을 받으러 이동하고 있는데

첫번쨰 회사 칭구가 전화해서

내가 잊고 있던 알바거리 하나를 상기시켜주는 한편

네이버 팀장이 이사로 올해 초에 승진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바닥에서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람이라, 

득달같이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디올 립글로스를 보내며

이사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L이사는 넘나 고맙다며 요새 업계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같이 잠시 투덜거렸다.

첫번째 회사, 두번째 회사에서만 도

나의 전문성이나 실력만큼은 누구도 무시를 못했고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로 영향력이 있었는데

여기와서 영어 못한다고 무시당하고 대외활동도 못하고 수준낮은 업무들로 파묻혀 있는 내 처지가 다시 짜증이 났다. 

나보다 경력도 없고 실력없던 사람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열패감이 들었다.  

4. 

이런 울분을 상담 선생님에게 하소연하고 있는데,

상담선생님이 외부적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바꿀 수 밖에 없는데,

나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라고 했다.

듣고 보니 과연 그럴듯했따.

머리로는 그래 이만하면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나머지는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마음가짐은 실패자의 패배주의적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성공지향적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밥벌이를 못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나의 사고 회로를 발견해주고 정말 이상한 회로는 살짝 건드려서 교정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번 상담선생님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이제까지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상담사 선생님들 중 최고이다. 

5. 

오늘은 깜빡한 숙제를 하러 일찌감치 스타벅스에 왔는데 주차할 자리가 없었따.

세바퀴나 돌았지만 계속 주차 자리가 안 나와서 

도서관으로 갔는데 도서관에도 주차 자리가 안나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여튼 이렇게 이리저리 계속 헤매는 사이에 무려 1시간이나 지난 관계로

아직 자리잡고 노트북도 안 펴봤는데 기진맥진해서

다섯번째로 들린 스타벅스에 주차 자리가 나서 

커피를 들이붓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어렵게 스타벅스 자리 핀지 40분 정도 되어 가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이거 쓰는데 썼고

이제 책 좀 읽다가....언제 작업에 들어갈지 모르겠네 .

알바 받은 거 목요일까지 넘기기로 했는데 되려나 몰겠네. 

아유. 힘들어. 

5. 

유튜브 피드가 온통 더 글로리 시즌 2 애기 뿐이다. 

나는 시즌2가 릴리즈 되고 3일인가 후에 정주행을 완료했는데

그 사이 자주가는 커뮤니티에는 더 글로리 시즌 2 관련해서 주로 온통 혜정이 가슴 애기 뿐이었다. 

아니 이 변태같은 새끼들하고 내심 한심해했는데

막상 혜정이 가슴 보고 나니 아......음..... 그 화제성이 절로 이해가 됐다. 

가슴이 이쁘긴 이쁘더라. -.-;

6. 가루 닭도리탕

먹방 유튜버가 엽기떢복이 닭도리탕(엽닭)을 맛있게 먹는 걸보고 엽닭이 먹고 싶었는뎅, 

사실 이제까지 서너번쯤 먹방 보고 엽닭시켰으나 매번 실망스럽기 짝이 없어

이번에는 만들어 보기로 하고 유튜브로 레시피를 검색했다. 

레시피는 미원+설탕+소고기다시다+멸치다시다+보통고추가루+베트남고추가루를 이래도 되나 내지는 이거 먹고 사람이 죽을 수 있겠다 수준으로 때려박는 거였는데, 

엽닭이란 맛이 똑같다고 하길래 이걸 해먹어보려고 무려 6만원어치나 장을 봤다. 

집에 소고기 다시다와 멸치다시다, 베트남 고추가루가 없어서 인터넷 주문했는데

무료 배송을 위해 이거저거 담다보니 원래 사려던 것의 두세배를 사게 되는 흔한 테크트리이다. 

여튼 가루로 강화한 엽닭은 무지하게 맛이 없었던 걸 보면 엽닭이랑 비슷한 맛인 것 같긴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애초에 엽닭도 엄청 맛없었는데 진짜 엽닭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흉내낸 레시피를 보고

무려 6만원어치나 장을 본 나는 당최 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에게 남은 건 다량의 다시다였는데 나는 원래 요리할 떄 인공 조미료 잘 안쓰는뎅.

오늘은 아침에 라면을 끊여 먹었으니 저녁때 몸에 좋은 삼계탕 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