ㅠㅠ
한 달에 한 번 있는 즐거운 가정의 날 조기퇴근 불금을 맞아봤자 딱히 난 할일이 없어서 요즘 북미의 장안의 화제 데드풀을 보러 삼성 메박에 갔다. 물론 당연히 여지없이 오늘도 혼자였다. 코엑스 구내 식당에서 사천오백원짜리 급식을 혼자서 저녁으로 먹고도 영화시작전까지 삼십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박의 계단아래 만화방에 들려서 머 읽을까하다가 다음과 같은 책을 발견했다.
전에 서점에서 책구경할 때도 시선을 끌었었는데 그때는 책이 래핑되어 있어서 보고싶긴해서 살까말까 망설였었던 기억에 책도 얇고해서 냉큼 집어들었는데 그 짦은 페이지들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눙물이 앞을 가려. ㅠㅠ
이를테면 이런것들.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서
일도 없고 돈도 없고
누워서 거동도 못하는데 의지할 사람이 없다면
그렇다면 나의 인생,
내가 걸어온 인생 전부가
쓸데없는 것이 되어버리는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몸이 떨린다.
(진짜루.ㅜㅜ)
"오늘 생리통이에요."
"괜찮아?난 아이를 낳았더니 사라졌어. 사와코도 빨리 낳아."
여자에게도 날마다 소소한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용인한다는 것,
이런 둔감한 말에
아직은 상처받는 나로 남고 싶다.
(상처받는건 나약해서가 아니야! ㅜㅜ)
(치매로 인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퇴행한 할머니를 간호하며)
"할머니, 푸딩 사왔어요.
맛있어요?
할머니, 나 남자친구 없는지도 한참 됐고 곧 마흔 살이야.
할머니 나..불쌍해?
흘리지 말고요.
할머니, 난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냥 아깝다는 생각은 들어.
이따가 기저귀 갈러 올게요"
(솔직히 가끔 주변 사람들 ,
말하자면 회사사람들이, 그림터 사람들이,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나를 불쌍하게 볼까봐 걱정이 된다. ㅜㅜ 근데 나 괜찮아.
근데 좀 아깝기는 해. 내 인생이, 내 몸이. ㅜㅜ
게다가 난 마흔 한살인데.ㅜ.ㅜ)
(사실 내가 맨날 징징대서 그렇치 내가 내 인생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면 다들 깜짝 놀랄걸. ㅎㅎ)
사족.
데드풀은 워낙에 기대가 컸어서 기대만큼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최근 영화판의 메이저오브메이저 마블이 제작한 액션히어로물 주제에 잘난척 하지 않고 비급 향취가 물씬 나는 것이 신선하고 위트있기 짝이 없었으며 꽤나 재미있었는데 머랄까 내 스스로의 영화에 대한 열정 자체가 예전보다 약해진게 느껴져서 쓸쓸해진다. 어쨌든 볼! 별 네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