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갈까?말까?

물미역 2016. 1. 23. 13:35

주말에도 항상 회사에 나온다.

왜냐하면 회사가 위치한 건물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를 끊었기 때문이지.

어쨌든 운동을 안하면 죽을 지도 모르고,

술도 영영 못먹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운동은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하고 씻고 나서는 같은 건물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들리게 되고 ,

사무실에 들리니까 PC를 켜게 되고,

PC를 켜게 되니까 메일도 확인하고,

답장도 쓰고 결재도 하고...ㅜ.ㅜ.

웬지 일을 하게 된다.

 

주말에도 회사 나오는게 억울해서,

동네 헬쓰장을 알아봤는데,

가격은 엄청 쌌던 반면(거의 3분의1, 심지어 5분이 1도 봤음)

시설이 좋은 데가 없어서.

시설 안 좋으면 잘 안 갈거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엄청나게 비싼 회사 피트니스를 또 끊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일정이 항상 정해져있다.

오전에 KBS/SBS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보면서 트레드밀을 걷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가장 시간이 잘 가드라구. 안 지루하고)

씻고 사무실에 와서 잡무 좀 처리하거나

인터넷 서핑 하면서 놀거나 공부하려는 척만 하다가,

무려 오후에는 영어 학원을 가.

 

노느니 머해 하고 영어 학원도 끊었거든.

통역전문어학원에서 운영하는 Reading & Debate라는 토요일 반인데,

무려 3시간 동안 Only 영어만 사용해서,

특정 주제,(이를테면 직장에서의 남녀차별? 선거 의무화? 등등)에 대해서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다.

 

사실 3시간이라서 꽤 지루할 것 같지만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듣고 읽고 말하는 수업이라서 멍 때리며 앉아 있다 보면 시간이 금방간다.

 

오늘도 피트니스 센터 갔다가 씻고 사무실에 가다가

영어 수업 미리 예습하려고 수업 자료 읽고 있는데,

문득 이거 너무 성실한 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원래가 이렇게 성실한 사람 아닌데.

이거는 내 인생을 돌아볼때 지나치게 성실하단 말이지.

사실 꾸준히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올해의 성실성은 거의 다 채운거나 다름없는데

영어 학원까지 다니다니.

그래. 난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

그래서, 오늘은 영어 학원에 안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할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집에서 딩굴딩굴 댈 거지만,

비록 멍때리며 영어수업 듣고 있으면 하나도 안 지루하고 시간 잘 갈꺼지만,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어 학원을 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지만

오직 이렇게 너무 성실하게 사는 것은 쫌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나한테 안 맞아다는 이유만으로

아....역시 영어 학원 땡땡이 치고 집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