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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전략

물미역 2019. 1. 22. 09:42

희대의 명작 웹툰, <질풍 기획>에서,

A부장은 클라이언트의 과도환 요구 대응 전략 중의 하나로 <바보 되기>를 시현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클라이언트가 뭔 말을 하던 나는 도통 네가 뭔소리하는지 모르겠네염. 띠리리리릴~라는 태도로 응대하여 클라이언트가 제풀에 지치게 하는 것으로써 이것은 자신의 사회적 인격과 평판의 일부를 희생시키는 살신성인의 고도의 전략이며 자매품으로는 <모른척 하기>가 있다. 

<모른척 하기> 또한 <바보 되기>와 유사하게 일정 수준 비난내지는 지탄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보통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봤자 영양가 없거나 곤란해질 Risk가 크다 싶은 경우에는 더 파지 않고 외면하고 모른척 하는 것이다. 

나의 직장 내공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나는 성향상 이 2가지가 참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위 2가지의 바로 하위 등급이라 할 수 있는 <지랄하기> 내지는 <미친년 되기>, 그리고 <앞에서는 해 줄 것처럼 하다가 결국은 안하기> 등도 잘 안되는데 최고수의 전략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싶다 말이지.

맘같아서는 이런 전략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지만 흔히 말하는  중형차 한대값을 들여 정신과 전문의 상담을 받고 정신 개조를 하지 않는 이상 나같은 성정이 이런 고도의 전략을 구현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 <모른척 하기> 시전이 최선의 전략임을 어렴풋이 깨닫는 오늘, 결국에는 그 길을 가지 못하는 스스로를 황망히 바라만 볼 뿐이다. 

내 직업은 일종의 Risk를 관리하는 것인데, 관리하지 않은 Risk는 언젠가는 더한 Impact을 야기할 뿐이므로, 당장 내 처지가 좀 더 귀찮아 질 것 같다고 그걸 외면할 수 없지는 않겠는가. 나에게도 직업적 신념과 주관이라는게 있다 말이지.


P.S

최소 5회 이상씩 정주행한 명작 웹툰은 다음과 같구만.

유미의 세포들

질풍기획

선천적 얼간이들

용이 산다

써넣고 보니 대부분 옛날 웹툰들이야. 역시 나는 아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