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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업데이트

물미역 2024. 7. 24. 12:01

1.

7월말까지 다니고 4개월 받는 것으로 최종 정리되었다.
남은 연차를 8월중 재직기간 처리해주는 당연한 일 가지고도 회사는 생색을 냈다.
구직 지원을 해준다니 말만 번지르르하더니 막상 지원을 받으려고보니 실체는 하나도 없었는게
전혀 놀랍지도 않다는 점이 회사를 떠나는 마음을 더욱 가볍게 해주었다.

2.

협상이 마침내 종료에 이르자 협상을 엉망으로 했다는 낭패감이 들었다.
협상을 위한 인적/물적(정보, 사례 포함) 자원에 있어 회사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인데,
비전문 분야에 대해 혼자서 낑낑댈 게 아니라
노무사에게 월급의 15%정도를 떼어주고 고용노동부 신고를 비롯해서 회사 협상까지 전면투입시켰다면,
경제적으로나 심신의 안정측면에서 훨씬 더 나은 결과가 있었으리라는 점을 꺠달았따.
하지만 내가 뭐 그건 또 그 나름대로 마음의 고충이 있었을 테고,
최대한 좋게좋게 마무리하는 것도 가치가 있으므로 결론적으로는 최종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

3.

그리하여 당장 다음달부터 차가 없게 생겼다.
어차피 차량 연한이 다 되어서 8월에 반납해야 했떤 지금 몰던 회사 차(그랜저)를 싸게 구매하는 방법도 총무팀에 알아봤는데,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는 판매를 안한데. ㅜ.ㅜ
지금 사는 곳은 진짜 엄청 교통이 불편해서 차없이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다.
당분간은 택시 타고 다니더라도 종국에는 차가 있어야 할 텐데,
회사에서 받은 퇴사 위로금은 그랜저 새로 뽑고 + 아파트 취득세 내면 흔적도 없이 몽땅 사라질 판이야.
그렇다고 그랜저를 중고로 뽑자니 어차피 중고 쓸 거면 걍 모닝/캐스퍼 몰까 하다가도...
내가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첫차로 폭스바겐 골프를 전액 캐쉬로 사고도 차량 운용에 아무런 걱정이 없었는데,
그로부터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 왜 나는! 골프는 커녕 국산차 신차 구매는 커녕 중고차 구매마저 ㅎㄷㄷ 하게 되었을까.
이게 바로바로 실직자의 서러움인 것 같아서 현실도피차원에서 그냥 차없이 살라구 하다가도,
이제 시간 많아져서 건강 챙기려고 부지런히 헬스장 가려면 차 있어야 되는데...
언능 새아파트로 입주하면 여러모로 좀 나아지려나. ㅜㅜ

4.

그간 공석이었다 2주전 채용된 인사 팀장과 드디어 첫 대면을 했다.
인사 팀장도 여자였는데 사람이 참 똑똑하고 능력있고 무엇보다 업무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뚜렷해서 멋져 보였다.
아직한지 몇주되지 않았지만 회사 너무 이상하고 할 수 있는게 별반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만큼 눈치가 빨랐고,
뭣보다 내 상황에 대한 애기를 듣더니 이 분이 있던 전 회사에 비해 퇴사자 처우가 너무 나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넓고 나가서 더 잘 될거라고 위로도 해주었다.
과로에 번아웃 온 데다 도저히 못견뎌서 직장내 괴롭힘 이슈제기까지 한 사람을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혹독하게 돌려대다 못해,
퇴사 압박까지 하는 학대에 가까운 인사팀의 행태를 겪으면서 사회생활이 으례 그런거라도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하게도 세상에는 당연한 학대라는 건 없는 것인 거다.
확실히 나는 그간 매맞는 아내 증후군이 맞았던 것 같다.

5.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그래도 한국지사에서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에게 담주 수요일까지만 나온다고 애기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크게 아래 네 가지로 나눠진다.  

1) 그간 너무 고생 많았다.
2) 워낙 유능하시니까 나가셔서 더 잘되실꺼다.
3) 혹시 이직 땜에 레퍼런스 체크 필요하면 꼭 자기 추천해라.
4) 나도 얼마 안남았따. ㅋㅋㅋ

심지어 나를 그렇게 쥐잡듯이 괴롭혔던  팀장도 이렇게 애기함.
(자꾸 우리 고기에 쏘주 한잔 같이 하면서 애기 많이 해야된다고...이제와 자꾸 친한 척 함)
우리 팀에서는 누군가 경조사나 퇴사가 있으면 최소 e카드 쓰거나 farewell session을 온라인으로 해주는데,
팀장에게 미리 솔직히 이 상황이 나에게는 plesant한 상황은 아니라 이해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조용하게 fade out 되고 싶다고 절대로!!!!! 저런거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자꾸 뭘 하려고 해서 귀찮이 죽겠다. 진짜.  

6.

실업급여는 퇴사 후 9개월간 최대 180만원 나온다.
알바해서 소득이 있으면 해당 소득인 제해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9개월간 최대 180만원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지만,
알바 소득이 180만원을 넘지 못하면 그건 또 그거대로 우울한 일일 것 가틈.
알바 소득이 180만원 언더여도 가만큼 실업급여가 까이니까 아깝고,
실업 급여를 풀로 받으면 그건 또 알바가 그만큼 없었던 일이므로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바로바로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우울하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나만의 비법인 것이다!!!!!

7.

신기하게도 협상이 진전되면서 심신 미약 상태가 확연히 호전되는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여전히 회사일을 시작하려치면 내내 공황에 시달린다.
결론적으로 건강을 위해 이 회사 때려치는 건은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내 그랜져....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