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다.
몸이 자꾸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은 경각심이 하루가 멀다하고 갱신되는 와중에,
얼마전 문득 외근 갔다가 거기서 바로 퇴근을 해야 할 시간이 되서,
차를 회사에 두고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왔다.
대중 교통 탄 지가 체감상 수년은 되는 것 같은데,
지하철을 2번이나 갈아 타야 되다보니
퇴근 시간은 차가지고 다닐 떄보다 무려 두배가 넘게 걸렸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환승 구간을 걸을 때마다
빈혈 떄문에 발길은 천근만근 어찌나 무겁던지
집에 도착했을 떄는 땀을 뻘뻘 흘리며 완전 탈진이 되었다.
그런데 뭔가 아련한 근육통과 뭔지 모를 상쾌함이 느껴지더라구.
단순히 한시간 남짓의 퇴근길 대중교통을 타고 온 것만으로도 이렇게도 운동한 느낌이 들다니,
내 평소 얼마나 운동을 안하고 살았는지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걷는 것도 걷는 거지만,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시간이 확보되는 것도 완전 좋구.
그렇다고 책 읽는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삐사는 건 아니지만,
집에 오면 일단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거나 술을 먹고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덩.
역시 책은 지하철에서 읽는 책이 젤 잘 읽히는 것 같아.
그래서 그날 이후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지 어느덧 3주쯤 되는 거면 참 아름다울 애기지만,
그럴리가 없잖아.
생각은 지하철 타고 가야지 하다가 막상 아침에 일어나면 편하고 빠른 차를 두고,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말이지.
난 새벽같이 출근해서 차타고 가면 30분이면 가는데 황금같은 아침시간에 한시간이나 지하철 타고 가기가 어디 쉽냐 말이지만,
그래도 가급적 지하철 타고 다니려고 하고 있고, 오늘도 차를 두고 지하철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게다가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까지 갈아타고 동네 도서관까지 다녀오는 기염을 토했는데,
어느새 초겨울 특유의 쌀쌀한 날씨가 되어서 계절감이 느껴져서 웬지 가슴이 설레고 참 좋았다.
늦가울 초겨울 무렵의, 이를테면 10월의 마지막 밤같은 쓸쓸하고 어둑어둑한 느낌을 나는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 1년 중 이맘때가 젤 좋은 것 같음.
여튼 그래서 웬만하면 이젠 차없이 지하철로 출퇴근 할 참이다.
정신 건강에나 신체 건강에 이쪽이 여러모로 좋은 듯.
P.S 도서관에는 예약해둔 히가시노 게이고이 신작도서가 왔다고 해서 찾으러 간건데,
간 김에 귀은이가 추천해둔 책도 빌려왔다.
흥미로운 내용으로 보이는데 책이 예상보다 두껍더군.
직감을 믿으라는 게 요지인 듯 한데 사실 나는 피해 의식내지는 불안증이 좀 있어서,
이게 직감인지 착각인지 헷갈릴 떄가 많아서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함 읽어는 볼 참인데,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