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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상념

물미역 2019. 4. 11. 08:47

우리 회사는 주 80시간 근무 범위 내에서 근무 시간 조정이 가능한 유연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나는 보통 아침 7시~7시30분에 출근하는데 그러다보니 하루 8시간 근무시간만 채워도 퇴근 시 간이 4시30분이 되는데, 

아무리 자율 출퇴근시간이라지만 한창 일할 시간인 4시30분에 퇴근하기가 보통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출근 시간을 9시로 조정하면 되지 않냐 싶지만, 오전 출근 시간대 2호선을 안 타봤으면 말을 말라.

나는 주로 7시 전후로 2호선을 타는데 그 시간대의 쾌적한 지하철, 심지어 앉아올 수도 있는 지하철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냥 맘편히 야근을 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밥을 안줘. 밥을. 

원래는 야근 식대를 줬었는데 유연 근무제가 도입되고 나서는 밥을 안줘.

내 돈주고 밥 사먹으며 야근을 하자니 이 또한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외부 일정도 종종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늦게 있게 되는 날도 있는데

그러다보면 평일에 3시에 퇴근해야되는 날이 오고 막 그런거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근무 시간을 채우면서도 퇴근하기 덜 눈치가 보이며

외부 일정과 개인적 일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데다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을 피할 수 있는

근무 일정을 2주 단위로 고심해서 짜자면 보통 번거로운게 아닌것이야. 

그래서 보통 일정 수립에만 최소 1시간 이상씩 걸리고 매일 오늘은 내가 몇시 퇴근해야 하는 날인지 확인해야 함.

그러다보면 차라리 예전처럼 출퇴근 시간 정해진 게 낫겠다 싶은 것이, 

역시 자율과 능동이 영 번거롭고 규율과 획일화를 선호하는 나는 꼰대이자 전체주의자가 확실한 것이다.

아니 그럴거면 유연 근무제가 있든 없든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그게 또 이런저런 개인적 일정들이 생기고 하면 조정이 불가피 한데다, 

사람 심리가 또 1도 손해보기 싫고 뭐 그런게 또 있는거야.

결국 내가 문제야.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