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1.
이번 주는 후리랜서 모드로다가 잘 모르는 분야에 여의도로 IT 감사를 하러 나갔다.
잘 모르는 분야라서 엄청 긴장하고 갔는데 DB테이블 6개에 DB컬럼은 30개가 채 안되서 한 숨 둘렸다.
그래도 여전히 기술적 경력은 아예 없는 내가 DB검증을 실제로 어떻게 할지는 참으로 고민이 되서 내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섭외 요청이 왔을 때 거절을 안하고 역할 분담에서도 DB 검증을 하겠다고 한 이유는,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경험을 해봐야 전문성이 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 드니까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이해력도 떨어지고
뭣보다 이나이때까지 이런 고생을 해야 되나 싶어서 후회 중이다.
2.
이번주에는 작년에 했던 재능기부 강의가 새끼를 친 강의를 하러 갔다.
교육 대상자가 30여명 정도로 딱 부담없이 하기 좋은 규모였는데
강의 시작하자마자 15%정도가 졸기 시작해서 좀 위축이 되고,
강의 한시간이 넘어가니까 내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고 진이 빠지더라.
이젠 늙어서 남의 강의도 가만히 앉아 한시간 넘게 듣기 힘든데,
강의를 직접 하려니 너무 힘든거야. 이게 하루하루가 체력이 확확 떨어지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눈을 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여주는 약 30%의 사람들을 보고,
힘을 받아가며 강의를 겨우겨우 이어가긴 했지만
뭔가 준비한 말도 다 못하겠고 체력도 떨어지고 해서 1.5시간 강의를 1.2시간만에 끝내버렸다..-_-;;
그래도 강의 끝나고 몇몇이 따로 와서 강의 넘 잘들었다고 인사도 해주고 해서 마냥 찜찜하지는 않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3.
여튼 밤에는 주간으로 납품 일정이 잡혀 있는 외주일을 꾸역꾸역 한다.
원래는 보고서 감수만 하는 것으로 알고 받은 외주일인데,
감수 퀄리티에 대한 컴플레인이 나오고 나도 검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가장 긴 분량의 동향은 내가 보고서 작성부터 직접 한다고 해서 일이 더 늘었다.
보통은 긴 외국 기사 요약하면 되는건데,
이번주는 아니 젠장 100페이지짜리 EU 보고서를 1페이지로 요약하는 것이었음.
아. 놔. 아. 놔.
첨에는 도저히 시간 엄서서 이번에는 원래대로 감수만 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감수하려면 어차피 또 원문 다 다시 찾아봐야 하는거고
챗GPT한테 요약시키고 조그만 보완하면 되지 않을까 해서 다시 내가 보고서 작성하겠다고 했지.
근데 막상해보니 챗GPT가 요약한 버전은 도저히 쓸 수가 없더라.
괜히 헛된꿈으로 챗GPT에게 이래저래 보고서 요약 시켜보느라 시간만 낭비함.
이럴거면 첨부터 내가 작성하는 거였는데.
대략적인 흐름 파악 정도에는 참조 가능하지만
정교한 내용 요약에는 사실 아예 쓸모가 없다고 보는게 마
그래서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일일이 뒤져가며 다시 작성하는데
이게 진짜 시간이 무한대로 들어가.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거야?
본업만 하더라도 충분히 일거리가 있고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데
그닥 ROI가 높지도 않은 외주일을,
물심양면으로 괴로워하면서 꾸역꾸역 하고 있는지...
이 굴레는 언제쯤 끝이 날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백수일떄를 기억해!
더 나이가 들고 평판이 나빠져 아무런 외주일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생각해!
일이 들어오는 걸 감사히 여기고 열씸히 해야 할 것이다.
근데 문제는 지나치게 너무 열씨미 한다는 점인 것 같다.
하지만! 민폐는 끼치기 싫은 걸!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과업의 완수!
이거시 무릇 상식적인 사회구성원의 도리지.
아. 진짜. 너무 피곤해.
이눔의 주간 동향 보고!
이것만 없어도 좀 살겠는데.
그래도 읽으면 좋은 동향 보고서, 돈 받고 압박이 있어야 읽으니까 얼마나 조아..
감수해야 하니까 꼼꼼하게 읽고 얼마나 조아..
하지만 넘 피곤타.....
요령이 생기면 좀 나아질 수도 있으니까 쫌만 더 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벌써 몇달째야. 그 과정에서 일만 더 늘었잖아!
아...여튼 너~~무너무 피곤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