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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이상하다.

물미역 2019. 9. 26. 20:43
옛날 회사 사람들이 자기네 팀 워크샵 가는데 오라고 해따.
엄청 친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혀 갈 생각이 없었는데
글쎄 쏠비치 중에 젤 좋다는 최근에 생겼다는 쏠비치 진도의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는 거야.
전라남도 진도는 말만 들었지 한 번도 안 가봤고 같이 갈 사람도 엄고 해서 슬쩍 혹했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냥반이 교통비도 주고 강의료도 준다구 꼬드기길래 이때 아니면 언제 가보나 노느니 머해라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당연히 1박2일이 소요되는지라 이틀 연차까지 냈다.
나는 길게 해외여행 갈 때 말고는 사실 휴가를 거의 쓰지 않는다.
굳이 휴가를 내는 때는 학교가야 할 때 이렇게 알바를 뛸 때 반차 내는 것 정도인데 학교가나 알바가나 항상 똑같은 주제를 다룬다. 이번 연차도 사실 진도 가기 전후 행사가 있다.

그니까 오전 행사 하나를 끝내고 srt 타고 목포에 가서 렌트카 빌려서 진도까지 들어간 담에 리조트에서 먹고 마시고 하다가 담날 오전에 강의 하나 하고 다시 목포로 와서 서울로 온 다음에 오후 행사 하나를 더 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논문을 쓰거나 원고 알바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한가지 주제만 생각하며 보내는 셈이다. 이쯤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면 그 분야의 쵝오 달인이 되야하는데 타고난 능력과 배포가 부족해 그렇게도 못한다.

나는 안 이상하다. 연차까지 내서 옛날 사람들 워크샵 따라 나서는 것도 행사  몇개씩 뛰러 다니는 것도 그렇게 많은 물적 정신적 자원을 들이고도 아직 등신인 것도 하나도 안 이상하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일반적인 패턴이 아니라고 해서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스스로가 좀 지겨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