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23. 3. 22. 10:01

어제는 첫번째 회사에서 나를 엄청 이뻐해주셨던 본부장님을 뵈었다.
내가 첫번째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팀장님이셨는데,
그 뒤 20여년간 계속 승승장구 하시다가 5년전쯤에 은퇴하시고 처음 뵙는 거였다.

이제까지 만났던 상사들 중 가장 리더쉽이 있고 존경하는 상사로,
업무의 큰 방향성을 잘 제시해줬고 조직원들을 잘 보호해줬다.
팀장이든 단장이든 본부장이든 이 냥반이 있는 조직에서 일할 때면
업무적으로 크게 답답한 것도 없었고  큰 우산 아래서 보호받고 있다는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내외부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썰을 아주 잘 풀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있었으며,
그 이면에는 사람과 상황에 대해 깊은 직관력과 통찰력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첫번쨰 회사는 공공기관이라 기관장 임기가 3년이었고 그나마도 임기 중 정권이 바뀌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기관장도 많았는데
본부장님이 어제 첨으로 알려주기를 오는 기관장마다 자기에게 엄청 의지하고 살았다고 하더만.

술도 엄청 조아해서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개꼰대스러운 상황이지만,
팀원들 불러서 본인 집에서 회식도 많이 했었는데  
집에 오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대방어라든지 참치와 같은 귀한 제철 안주거리를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서 비싼 양주와 함께 대접해주었기 때문에
술먹는 걸  조아하는 나로써는 대부분 기꺼운 마음으로 가서 즐겁게 놀다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렇게 외롭게 혼자 쓸쓸한 직장생활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5년만에 뵌 본부장님인 따로 좝을 얻지는 않으시고,
시골으로 내려가셔서 전원 생활 하시면서  해외여행도  다니시고
매일매일 술 마시면서 건강하고 아주 즐겁게 지내시고 계셨다.  
해외여행은 패키지 같은 거로 가는게 아니라 자유 여행으로 가시고
숙소도 유스호스텔처럼  공용 공간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거기서 젊은 애들이랑 같이 밥먹고 술먹고 하면서 즐겁게 다니고 계시다고 했따.
아직까지 술을 매일같이 마시고 해외 여행을 자유로 다닐 수 있는 체력과 건강이 참으로 부럽기 짝이 없다.
울 아부지도 그렇게 늙어서도 이렇게 술을 매일 마시려면 무조건 하루에 최소 1~2시간은 운동을 해야 하는 것 같다.
내일부터는 꼭 운동 다시 나가야지.

은퇴 후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재정적인 면을 따지면 일단 이 분은 서울 요지 아파트 두채를 가지고 있고...-_-;;;;
국민연금 + 과학기술인공제회 연금으로 일상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따.
국민 연금만 월 180만원 나온데...사실 이정도만 나와도 괜찮지...
과학기술인 공제회는 훨씬 더 좋은 연금 제도라서 더 많이 나올끄야...
아파트 두채의 처분 방향과 계획 등등의 상세 내용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만 줄이겠따.

여튼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무엇보다 건강하고....이 정도만 해도 정말 쵝오의 은퇴 후 생활이 아닌지.
과연 내 은퇴 생활은 어떨지...한치 앞을 알 수가 엄지만 나는 85세까지 살 예정이니
그때까지는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을 정도는 되겠지.

이 자리를 만든 사람도 첫번째 회사에서 알게 된 별로 안 친한 사람인데,
그래도 일년에 한두 번씩은 어제 모임처럼  나랑 친한 사람이 참석하는 자리를 그 쪽에서 주선하면서 나를 초대해줘서 꾸주히 보게 되는 것 같ㄴ다.

이 사람은 첫번째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 후 실장으로 오래 다니다가 위에 본부장이 바뀌면서
같이 떨려나가게된 케이스인데 그 뒤로 7개월 정도 실직 상태에 있다가 최근 이직한지 몇개월 정도 되었다.
와이프가 전문직이고 나름 집도 부자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7개월 실직있는 동안 마음 고생이 엄청 심했다고 하드라.
그래, 다른 사람이 내 연봉 두 배 이상 받는 것에 배아파 하지 말고 지금 자리에 감사하며 널럴하게 군말없이 다녀야겠다.

어제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 근황 애기도 했는데
진짜 뺀질뺸질하고 뭐 아는 거 하나 없고 리더쉽고 없고 최악의 상사였던 어떤 사람이
(아니 이거는 나만이 아니라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했음)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말빨로다가 글로벌 컨설팅 회사-Tech GIant 1 - Tech Giant 2 테크를 타더니
지금은 게임회사에서 내 연봉 두 배 이상을 받으며 떵떵거리며 살고 있어서 잠시 배가 무지하게 아팠다능.
아니 게임 회사는 도대체 돈을 왜 이렇게 많이 주는거야. 미친거 아니야.
그래 뭐 일정 직급 이상 올라가면 실무적 지식이나 능력보다 경영층과의 말빨, 거시적인 조직 관리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
그런 측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능력있는게 맞긴 하지.....라고 하기에는 조직 관리측면에서 인성도 글러먹었는데!!!!
아니 뭐...세월이 많이 흐르고 경험도 쌓였으니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지.....라기엔 그게 좀처럼 바뀌기 어려운 태생인데!!!!!
다른 사람이랑 비교질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지 뭐.

여튼 어제는 본부장님 집에 종종 가서 안면이 있고 나를 이뻐해주셨던 사모님도 오셨는데
(원래 본부장님만 오셨다가 나 보고 싶다고 난중에 오심.)
인자한 사모님을 뵈오니 반가운 마음은 큰데 딱히 할말도 엄고 해서 수술애기를  했다.
사실 나는 크게 수술 애기 하는 거에 부담은 없는데 수술 부위가 부위인만큼 듣는 사람이 웬지 부담스러운 애기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그림터 MT가서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수술 애기했을떄 나도 뭔지 모르게 송구해져서 마음속으로 두손을 공손히 하고 들었던 것 같다.

비슷하게 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듣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로는
부모님만 안 계시면 저는 자살해도 무방할 정도로 삶에 의미가 없는 것 것 같아요 라는게 있는데
당연히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이정도까지 애기 잘 안하지만
어제도 참으로 의지를 많이 했던 본부장님을 뵙고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진심을 토로했더니  듣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했다.

뭐야...왜 이렇게 길게 많이 썼어...

제가 요즘 자아성찰 시즌인가봐요.

아...늙어서 눈도 침침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