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오늘도 낯선 환경에 전반적으로 오나전 신경이 날카로워진 관계로
일찌감치 호텔 들어와 쉬면서
낮술 안주로 먹을 로컬 닭도리탕 집 겁나 검색하고 있는데
호텔에서 난데없이 전화가 왔다.
나는 사실 가족과 두명의 친구 외에는 좀처럼 전화가 오지 않기 때문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와도 원체 깜딱깜딱 놀라는지라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달라!!!
주차장에 있는 내 렌트카를 누가 박았다고 나와보셔야 할 것 같다 함.
아. 놔. 아. 놔.
허겁지겁 나가보니 다행히 나 정도로 섬약한 기운을 가진 아자씨(로 보였지만 사실 동년배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안절부절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음.
상대측 렌터카 회사의 설명에 다르면
가만히 있는 내 차를 들이박은 상대방 과실 100푸로라서 나에게 경제적 부담이 있지는 않지만
이 사고는 나에게 많은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낯선 번호로 전화오는 것 자체에 무자게 스트레스를 받는 나에게
사고 접수 과정에서 내 차를 박은 가해자, 가해자쪽 렌트카 회사, 내 렌트카 회사, 렌트카 공제 보험 접수자, 렌트카 공제 보험 담당자 등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하는 통에 수없이 같은 말과 같은 사진을 반복적으로 전송해야 했음은 애교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고가 가뜩이나 걱정 많은 내게 일종의 트라우마를 야기해서,
운전을 할 때마다 무지하게 겁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렌트카 예약할 떄도 일반 자차 보험 아니라 슈퍼 자차 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걱정이 많은데,
이 사고가 그냥 아주 그냥....
내일은 일찌감치 공항 가서 면세점 쇼핑이나 해야지.
아. 놔. 여행 괜히 와서 맘고생 몸고생에 시간낭비만 하고.
앞으로 패키지 외에는 절대로 혼자 여행은 가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P.S 먹을걸 사러 차로 5분거리 로컬 시장에 초긴장 상태로 운전해서 다녀왔다.
여러가지로 혼비백산하고 있는 중에
시장 공영 주차장에서 주차 요금 정산하는데
주차 요금 아자씨가 경차라 천원이래.
카드로 계산하려고 삼성 페이 이미 로그인까지 해서 휴대폰을 무릎위에 얌전히 얹어두고 있었는데
천원은 카드 보다 현금 내는게 상도에 맞는 것 같아서
(이런 상도가 어딨어. 나만의 상도 찾는게 일단 문제)
아자씨 말 듣자말자 지갑 찾느라고 후다닥 가방 뒤집고 난리가 났는데
이런 내 처지가 딱해보였는지(무슨 처지! 내 걱정과 불안이 만들어낸 처지!)
생면 부지의 아자씨가 '찬찬히 해요. 뭐 급한 거 있다고....."라고 말해주셨음.
그 말 듣고 순식간에 기분이 좀 나아졌긴했는데.
아우. 피곤해. =.=
나는 당최 세상에 왜 태어난거야.
징징대려고 태어난거야.
그래서 운동신경과 신체적 역량을 제외한
나의 유전자적 트윈 울 아버지도 여든이 가까워져 가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징징대시는 거겠지.
나도 아마 죽을 때까지 징징대겠지.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