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01
그러니까 아직 출국도 하지 않았는데
짐을 싸는 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했다.
원래가 여행은 싫어하고 익숙하지도 않은데
2년간의 코로나 기간 중 얄팍하게라도 세팅되어 있던 장거리 비행을 동반한 나름의 물리적 심리적 인프라가 거의 소실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물리적 인프라의 대표주자 공항버스....
분명 40분정도의 배차 간격이었던 집 근처 공항버스가,
그새 일 6회 정도로 대폭 축소되어 있었고 여행사가 요청한 집결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시간대에는 공항 버스가 아예 없었음.
웬지 하루에 버스 3번 다니던 30년전 할아버네 시골 마을이 생각나는 배차 간격.
정말 다행히도 7월1일부터 극적으로 무역센터 도심공항의 버스가 재개되서 그거 타고 올 수 있었음.
공휴일 아침이라 당연히 차 하나도 안 막혔고 삼성동에서 인천공항까지 50분만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함!
그리고 심리적 인프라의 대표주자로 한다면 책을 얼마나 뭘 가져갈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원래 책을 잔뜩 이고지고 가도 사실은 별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그 기억이 웬지 아득해지면서 뭔가 책을 엄청 많이 읽고 올 수 있을 것 같은거야.
결정적으로 원래는 구술 인터뷰 녹취 풀려고 했는데
준비를 못해셔 이번에는 빈손으로 가다보니 가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겠더라구.
도서관에서는 12권 빌렸는데그래서 진짜 여행 준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 엄선한 책 8권으로 엄선해서 감.
그외에는 원래 쓰던 여행 캐리어가 여차저차 상태가 안 좋아져서 새로 사야했음.
원래 쓰던 건 홈쇼핑에서 3종 셋트로 팔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제품 OEM 제품인데 한 10년은 잘 쓴거 같은데
비퀴도 자크도 아작나서 어쩔 수 없이 새로 샀음.
이 또한 엄청난 정보탐색비용을 쏟아부어 아메리칸투어리스트를 샀는데,
이야...어찌나 가볍고 튼튼하며 바퀴가 스무스하게 잘 굴러가던지
이래서 아메투 아메투 하는구나 싶었음.
완전 강추함.
여튼 이외에도 귀찮음을 극복해야만하는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지나
간신히 정말 간신히 공항에 도착했는데
패키지 여행 동료들이 다들 할머니할아버지인 것은 물론이요,
뭔가 진상력 만랩은 분들도 있어 보여서
아주 그냥 내가 그냥 돈들여 이게 뭔 고생인지 싶은게
아직 뱅기도 안탔는데 후회가 밀려오려던 찰나,
이젠 괜찮다.
왜냐하면 장거리 비행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인,
아침부터 술마셔도 일말의 부끄러움이 없는 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지. ㅋㅋㅋ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아침 10시부텀 공짜 음식 + 공짜술 때리고 있노라니 진쫘 행복하기 짝이 엄슴. 데헷
원래 위스키 마실라구 했는데
그나마 아직 오전 10시임을 와인 마심. .
맨날 편의섬에서 만원 안짝의 싸구려 와인 마시다가
아시아나 비즈니라 라운지에서 주는 좋아 보이는 와인을 마시니 느무 행복함.
맛이 음청 풍부함.
아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