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01-1
1.
인천 공항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자식들을 배웅하며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거나 눈물짓는 부모들이 코로나 전보다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2.
루프트한자 비즈니스는 풀 플랫이 되는 시트라서 아주 편하게 왔다.
지난번 동유럽 여행 할 때 업글되서 타봤던 핀에어 비즈니스 보다 자리는 더 넓은 느낌.
그런데 기내식이 맛이 없었고 ㅜ.ㅜ 어메니티를 따로 안 주더라.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정상화가 안 되서
비행기표는 엄청 비싸데 기내식 품질이나 서비스는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아이팟이 좌석 아래로 떨어져서 한창을 찾느라
좌석밑에 켜켜이 싸인 먼지 구덩이와 사투해야 했다.
에어팟은 결국 자력으로는 못 찾았는데
비행내내 못 찾을까봐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13시간 비행이 순식간에 흘렀다.
그러니까 나는 매사 이게 문제다.
사실 에어팟이 어디 간 것도 아니고 비행기 안에 있으니
랜딩하고 나서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경우를 대비해 유선이어폰 항상 챙겨다니고
최악의 경우 아이팟 못 찾아도 다시 사면 되는 거거덩.
그런데도 이런 사소한 일이 생기면 그게 해결될 때까지 내내 신경이 쓰이는거야.
정말 문제야. 문제. 이러니 인생이 피곤하지.
결국 뱅기 랜딩하고 나서 승무원이 좌석을 뜯어서 찾아주었따.
게르만 언니들은 한국인과 차원이 다른 뼈대와 기골을 갖춰 아주 믿음직했다.
3.
공항에서 여행사 미팅하는데
여행객 중 한명이 어깨에 잔뜩 프릴을.....
그니까 복장이 기본적으로 추리닝 같아 보이긴 하는데
뭔가 번쩍번쩍 거리는게 잔뜩 달린데다 어깨에 엄청 큰 프릴 장식을 달고 나타났다니깐.
우와. 진짜 특이하다...싶었는데
그 분이 21명의 패키지 여행객 중 나말고 유일하게 혼자 온 여자 여행객이라 짝꿍이 될 가능성이 높은디..ㅜㅜ
실제로 가이드가 같은 조로 묶음.
그 프릴은 게다가 탈착식이더라능....
4.
4성급 호텔이라 있을 줄 알고 칫솔이니 치약, 샴푸, 린스 등을 아예 안 챙겼는데
공항에서 가이드에게 물어봤더니 환경 문제 땜에 요즘 없애는 추세라더니만 진짜 엄서뜸.
샴푸겸용 바디워시만 덩그라니...
유럽내에서도 환경 문제에 가장 열심인 국가라 했다.
5.
어렸을 때는 레스포삭을 극혐했던 것 같다.
시장에서 파는 것 같은 천 가방을 10만원씩 넘게 주고 사는 것도 이해하질 못했음.
여튼 여행가면서 들고다닐 크로스백이 마땅치 않아서
프라다에 들렀는데 마음에 드는 적당한 아이템의 면세가 170만원 일반가 210만원이었다.
이참에 하나 장만해서 두고두고 쓰면 되지 라덩가
어차피 돈 쓸데도 없다라덩가 죽을 때 돈 가져 갈 건데 아닌데 라덩가로다가
합리화를 하며 거의 살 뻔 하다가 레스포삭도 극혐하던 내가 천가방에 200가까이 태우는 건 뭔가 개운치 않은 맛이 있다 말이지.
그래서 레스포삭 매장에 들어서야 깨달았지. 내가 사고싶었던 건 레스포삭이었어!
가볍지, 수납 공간 구분 잘 되어 있지, 아주 딱이야.
88달러짜리 30프로 할인해서 62달러에 사서 뿌듯하기 짝이 없음.
그리고 이제 다시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 제품은 안 살 것이라는 것을 꺠달음.
나의 정신세계라는 것이 명품을 구매할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음.
무리한 일을 굳이 억지로할 필요는 엄슴.
6. 디지털의 무게
회사 랩탑에다가 (랩탑을 가져갈지 말지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불안에 시달리느니 가져가기로 결정. 휴가는 한국만 해당되므로 본사랑 다른 마켓 신경써야 함 ㅜ.ㅜ)
갤럭시탭까지 따로 챙기니(회사 랩탑은 보안 정책 떄문에 개인 메일이나 유튜브 등이 안되서 따로 챙겨야 함)
비행기에 실을 수 없는 보조배터리에다가 여행사가 당부한 손풍기 등등까지
기내에서 휴대할 백팩의 무게만 무려 6키로가 넘었다. -.-;;
디지털 기기들은 위탁수화물로 실어보내지도 못하고 몸이 부서져라 이고 지고 다녔네.
디지털 디톡스를 하덩가 해야지 아주 지겨워 주겠어.
갤럭시 탭까지 지고 다니면 인간적으로 책은 이북으로 봐야 되지 않겠냐만은
나는 책의 물성을 너무 조아하므로 이북은 잘 읽지를 못할 뿐더라.
물성이 없는 이북을 돈주고 사고 싶지도 않음
그렇치. 나에게 기괴한 프릴은 아마 이런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