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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여. 완전 꼬였어.

물미역 2012. 3. 15. 01:26
시간이 지날 수록 진해져만 가는 이 후회감과 낭패감.

몇가지  간과한 사실.

사람들이 그랬지.
넌 사기업 타입 아냐.
그래도 직장 경력도 길고 하니까 어찌 될 줄 알았지.
까놓고 보니 난 정말 사기업 타입 아님.

상사들이나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 나를 잡을때 그랬지.
밖에 나가면 추워.
그래, 당연히 춥겠지라고 머리로만 생각했지.
근데, 추운게 이런거구나.
정말 춥다.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이 추위를 실감할 수 없 듯
나도 그랬던 거 같다.

어떤 사람들은 그랬지.
다시 돌아오면 되.
시간이 갈수록 그러기는 불가하다는 사실만 명확하다.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는,
13년간 일한 회사가 힘들면,
이직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능.

개인차가 있긴 할텐데, 
난 정말 어디가서 적응 잘하고
빠릿빠릿하고 그러는 사람 아닌데.
내 성격은 내가 가장 잘 아는데,
왜 막연히 잘 될꺼라고 생각했을까.
웬지 알지.
나는 옛날 회사에서 잘나갔거덩.
나를 잡던 상사들도 그랬거덩.
너는 잘하니까 어딜가도 인정받고 잘 지낼 수 있을꺼라고.
근데, 그렇게 자리잡기까지,
내가 얼마나 고군분투했었고 힘들었었는지,
나란 사람의 기본적인 심성이,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잘 안맞았던건지를
새까맣게 간과했다.
옛날 회사에서도 자리잡기까지 오년넘게 걸렸었는데.

이제껏 항상 영혼의 50%정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살았다.
사실 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겠지만,
영혼없이 살 수 있는 50%정도의 나날들 동안 나는 편안했지.
새학기가 개강해서,
아직은 싸늘하기만 한 관악산 공기를 밀치고 나오는데,
철저하게 정말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니까 징징댈 형들이 인제 아무데도 없다)
인생이란게,
이렇게 원래 오롯이 혼자사는 거였구나...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아..................

춥다.정말.
정말 뼈저리게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라고 생각해봤자,
어쩔꺼임.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
자기 위안을 해야 하는데 어떠한 Clue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왜 이렇게 인생은 피곤하고 해야만 하는 것도 많고, 신경쓰는 것도 많은걸까.
여행을 가는게 아니었어.
그런데도 자꾸만 생각나는 에딘버러의 전경은 무얼까.
인생은 뭐고 나는 누구고 멀 원하는 걸까.

차라리,
그냥 힘들더라도 십년넘게 익숙했던 인생 프레임에 갖혀있었다면,
아무런 생각없이 투덜대고 형들에게 징징대며,
어쨌든 향후 20년간으 안정적으로 지냈을텐데.
(난 이제 지방가서 사는 것도 괜찮은, 외려, 원하기도 하는 나이가 됐는데)
프레임을 꺠고 나온 세상이란건 마냥 춥고 어렵고
사념만 백배 증폭될 뿐이다.

가뜩이나 모든 욕망이 소멸되고 있는,
나이 마흔을 눈앞에 두고
이러면 곤란하다.정말.

정말 쉬고싶다. 넘 피곤하다.

옛날 회사에서 3개월 병가 내고,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봤어야 했는데..아아.

           춥다.정말, 
           그래서 자꾸 잠이 온다.
           물리적으로도 자꾸 새 회사에서는 잠이 온다.
           난 원래 신경 많이 쓰면 잠이 왔더랬다.
           이러다 정말 얼어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