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8. 2. 16. 15:10

동생이 결혼하고 첨 맞는 명절이라고

새며느리고 보기 부끄럽다고, 

엄마가 하도 내려오라고 성화라서, 

어쩔 수 없이 설 연휴 전날 휴가를 내고

엄마와 아부지 그리고 다량의 짐을 싣고 실로 오랜만에 고향 내려옴.

연휴 내내 엄마와 아부지는 하루 평균 3번의 크고 작은 부부싸움을 했지만, 

(큰 싸움 한번, 작은 싸움 2~3번, 싸움의 소재는 어렸을 떄와 거의 유사함,

50년가까이 부부로 같이 살아도 매번 똑같은 소재로 지치지도 않고 싸울 수 있다는 것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뭔지모를 위대함을 느꼈다. 더불어 사람은 절대로 바뀌지가 않는구나라는 것도 다시 한번 절감함)

삼시세끼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집밥에 딩굴딩굴 하려니 실로 오랜만의 평안함을 느낌.


근데 나는 원래 고향집에 오면 정말 일을 잘 안하거덩.

침대에서 딩굴대다 밥 떄가 되면 수저나 반찬 좀 놓으며 거두는 시늉이나 하다가, 

밥 다 먹고 설겆이따윈 나몰라라하고 또 딩굴대기 일쑤였지. 

원래 딸들은 그런거잖아! 다들 그런거 아냐!

글구 나는 운전 담당이고 집안일 담당은 언니라는 것으로 자기 합리화도 할 수 있었거덩.

근데 언니도 없는 와중에 올케가 있으니까 말이야, 일 안고 딩굴대자니 올케 눈치가 엄청 보이는거야. 

말하자면 게으른 딸은 내 스스로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었지만 게으른 시누이가 되는 것은 뭔가 큰 잘못을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더라구.

울 올케는 나보다 열 몇살이 어리지만 손도 빠르고 집안일도 엄청 잘해.

뭐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척척하는 뭐 그런 타입있자나.

난 원래 시키는 것만 디게 귀찮아하며 하는 스타일인데 올케 눈치가 보여서  자꾸 뭘 하게 되는거야.

그렇다고 올케가 뭐 딱히 눈치는 주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업무 능력과 태도에 스스로가 주눅이 드는 거지 뭐.

그 와중에 동생은 자기 와이프 일 많이 할까봐 눈치 샤샥 보면서 어찌나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지 말이지.

올케가 직장 땜에 설 전날 전부치기 등등 사전 준비를 못해서, 전은 동생이랑 내가 둘이 부쳤음.

오늘은 제사 지내고 아점 먹는데 혹시라도 와이프 설겆이 시킬까바 먼저 엄청 설레발치며 후다닥 와이프 친정으로 내빼더군. 난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은근 설겆이가 아쉬웠던가보더만. 하지만 나는 결코 안하지. 그러니까 원래 나는 일 잘 안하는데 인제는 내가 해야되는 걸 안하게 된 불편한 상황이 되린게 뭐...불편...아...나는 왜 언니나 올케처럼 빠릿빠릿 일처리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이 불편한 상황... 

울 집 차례상.....어무이 아부지 모두 나중에 제사는 안 지내도 차례상은 차려주길 강력 요청하시는 관계로

조금씩 레시피를 배워놔야하지 않을까 싶음.



P.S 1 내려왔더니 날씨가 엄청 따뜻해서 깜놀.

     서울 지난주까지 한판 아녔나...



P.S 2 경주 맛집

경주는 맛집이 정말 없습니다. 

눈씻고 찾아봐도 없죠.

하지만 확실히 가성비 좋은 집이 있어 소개해드림.

1인당 12,000원인 회덮밥을 시키면 약간 코스 느낌으로다가

기본반찬+전+죽+초밥(2피스)+막회+회덮밥 야채+돌솥밥+매운탕이 나오는데 정말 양도 푸짐하고 품질도 좋음.

매번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 찍은게 하나도 없어서 어디 다른 블로그 사진이라도 퍼올려고 했는데, 올라온 게 거의 없네. 

정말 로컬 피플만들이 아는 가성비 좋은 맛집임이 확실하다는 증거지.ㅋ

여기야 여기.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5738154


P.S 3

오늘 올라가려다 넘 막힌다해서 낼 새벽에 갈라구 동네 투썸 플레이스에 공부하러 왔지만....

여기..나는....이거 쓴다고 이미 한시간 씀.

난 왜 이럴까.

집안일도 잘 못하고 야무지거나 성실하지도 못하고 허구헌날 허송세월에 맨날 닥치거나 몰려서 뭘하고, 

멘탈은 유리같고 시종일관 정서불안에다가 남의 눈치도 너무 많이 보고 도대체 어찌해야 이 난국을 타개할지 알 수가 없어 집에 와서도 자아성찰을 자꾸 하게 되는구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을텐데.  ㅠ^ㅠ

자...이젠 공부를 하.....아흑흑.


P.S 4

칭구가 선물로 커피랑 케이크 쿠폰 보내줘서 그걸로 먹어서 무척 보람찼다.

아...이 얼마나 하잘것 없는 내용인가...이젠 어서...원고를.......논문 원고와....외부 의뢰 원고를....원고를....허이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