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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됨

물미역 2021. 6. 23. 13:58

오늘은 회사 사람 상이 있어서 빈소에 갔다.

장례식장은 신촌 세브란스였는데

마침 재택 근무하는 날이라 집에서 신촌까지 이동하는데 쓰는 시간이 넘나 아까워서

차를 일부러 안 가져가고 택시 타고 가고 택시안에서도 일하고 빈소에서도 계속 일 땜에 전전긍긍했다.

근데 이런 나와는 달리 빈소에서 만나 나 외의 직원들은 너무 한가로운거야.

나는 언능 일해야되서 맘이 급한데 다들 넘나 여유롭게 잡담을 하며 도통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거야.

그 온도차에 뭔가 내가 직장 생활을 단단히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비록 영어를 잘 못해도 나는  나름의 전문성이 있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필요한 일은 나 정도의경력이라 제대로 챙기고 있다고 자기 합리화해왔기에

남들이 머라든 별반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뭔가 내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고 사실 나는 완전 찐따인게 아닌가.

그냥 찐따도 아니고 영어못하고 뚱뚱한 노처녀 찐따 캐릭말이다. 

외국계 회사의 국내 지점이란게 생각보다 훨씬 디게 체계가 없다보니

뭐 일할 맛이 안나고 그냥 티 안날정도만 일하면서 적당히 워라벨을 챙기는 것이 상식화되고 보편화된 업무적 태도가 아닌가.

여기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과 피해 의식과 부족한 언어 역량에 비롯한 위축감에 쩔어 살면서도

모든 것을 무시하고 내키는 대로 살 정도의 대범함을 갖추지 못한 소인배의 숙명....

이게 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성실하고 착하고 순진하다 생각했던 최애 1번이

알고보니 라운지 바 다니면서 여자들 헌팅하며 허구헌날 여친을 갈아 치운다거나

똑똑하고 싹싹한 최애 2번이 입사이래 소개팅만 백번 넘게 했다는 헌드레드 클럽의 몇 안되는 멤버라거나해서

이미지가 홀딱 깨버림과 동시에 젊고 돈 많고 똑똑하고 즐기면서 까지 사는 그들의 인생에 대한 부러움이 더욱 증폭되다 보니 웬지모를 열패감이 드는 것도 뭔가 맥락이 닿아 있다. 

모래알 같고 체계라곤 없는 외국계 회사에서 고립되어 일하다보니

준거 집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여전한 부적응 중이랄까. 

분명 옛날 회사에서 일할 때만 하더라도 나름 선수끼리는 통하는 업계 오피니언 리더에 쵝오 전문가 맞았는데 이상해 정말.

그니까 뭐가 이상하냐하면, 이 조직에서는 아무도 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혼자 쉐도우 복싱하며 힘빼는 느낌이랄까. 

당최 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