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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끝
물미역
2018. 12. 27. 17:06
그러니까 바야흐로 무려 대략 지금으로부타 약 20년전에 처음 사회 생활 시작할 때의 팀장님이 어느덧 정년을 맞이하게 되셨기 때문이다.
은인까지는 아니지만 암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인 나를 긍정적으로 보고 항상 잘 대해주셨고 많이 도와준 양반이인데다
복잡다단한 상황을 시원시원하고 선굵게 풀어내는 그 양반의 리더쉽 스타일을 나도 꽤 좋아했던지라
퇴임할 때 가겠노라 생각도 하고 말도 했었지만 단지 은퇴 기념 조촐한 술 자리에 침석하고자 평일에 SRT를 타고 떠나는 먼 길이 없지않아 귀찮기도 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들 오진 않아 갈까 말까 망설이다 일단 열차를 타게된것은 갈까 말까 망설이다 안 가서 후회를 했던 세진이의 조사에 대한 기억 때문인 것도 같다.
객차에 앉아 지난 약 20년간의 세월과 기억의 편린들이 차창밖으로 흩어져가는 걸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자기 연민이 복받치는지 의외로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 양반을 처음 봤을 때 그러니까 약 20년의 나는 20년 후 지금의 내 모습이 이러하리라고는 정말 전혀 생각도 못했던건 같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개인사적으로 모두 말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후회없다. 나름 매번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20년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별반 크게 다르게 살아갈 자신도 요령도 없다. 20년 세월이 이렇게 하룻밤같이 훅 가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