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20. 12. 1. 08:16

굳이 애기하면 논문 1차 심사위의 반응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는 머리 속에서는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형태를 갖춘 결과물이 나오고 보니 내가 봐도 영 신통치 않았다.

논문의 마지막 관문 종심은 1월초로 잡혀서 한달 정도 세세히 다듬을 시간은 있지만, 

이미 망한 걸 아무리 고친다 한들 뭐 얼마나 나아지겠나 싶은 거다.

3년이나 공을 들인 결과물이 개떡같이 나오니까 진심으로 상심했다.

그렇다고 때려칠수도 없고.  

나는 일상에서 정서적 충족감이 거의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내 스스로에 대한 기능적 충족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논문이 빵꾸가 날 지경이 되니 기능적 충족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회사에서도 나는 열심히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런 전차로 요즘은 더욱 우울해져서 논문 1차심의위가 끝나자마자 다시 매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스스로에 대한 안정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게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