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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발견

물미역 2019. 5. 1. 20:18

1. 새벽 6시 올팍

 

향후 일주일 이내에 걸린 마감도 없는 여유로운 간만의 황금같은 평일 휴일을 맞아, 

산책을 하러 새벽 6시 올림픽 공원을 찾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올팍에 온 것은 처음인데, 

주말 낮이나 오후와는 다르게 한적한 공원이나 쾌적한 공기 등등이 낮보다 훨씬 좋았을 뿐 아니라, 

커다란 잔디밭 옆에 체조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어 가보니, 

60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어떤 할아버지가 체조 구령을 내리면, 

거기에 맞춰 느슨하게 둘러싼 사람들이 다같이 체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동호회나 그런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가 멈춰서서 같이 체조 하고 뭐 그런 시스템인가 보더라구.

구령을 불러주는 할아버지도 뭐 기관에서 나왔다거나 직업적인거나 전문가 포스의 그런 사람이 아니라, 

동네 약수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할아버지 같은데, 

체조를 지도하는 톤이 동대문 호객꾼 내지는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뜨면...뭐 이런 톤으로다가, 

아. 생각났다. 옛날에 주산학원 다닐때....(요즘 애들은 주산이 먼지도 모를텐데...) 학원쌤이 일원이요, 2원이요 뭐 이렇게 수식 불러주던 딱 그런 톤으로다가

중얼중얼 왼발을 들고 오른손을 들고...뭐 이렇게 지도를 해주는거야. 

구령을 붙일때는 '허이짜..허이짜...'뭐 이러게 구령을 붙이고...

몸도 찌뿌둥하고 남들도 다 혼자 온 사람들이 지나가다 들린 것 같고 해서

은근슬쩍 나도 그룹에 합류해서 같이 체조를 했는데, 

그런데 이게 참 의외로 시원합디다!

5월의 올림픽 공원 새벽 6시의 선선한 바람과 쾌적한 공기를 느끼며, 

나무 아래서 둥그렇게 둘러 체조를 하는 그 순간이, 진짜, 참으로 너무나 좋아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최고의 것이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

녹지! 한적함! 신선한 공기! 선선한 바람! B급 정서! 느슨한 연대! 가성비와 실효성!  등등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응축된 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뉴욕 센트럴 파크가 아무리 좋다지만,

언젠가 간다해도 어차피 혼자 갔을 센팍 나부랑이가,

나에게는 결코 새벽 6시 5월의 올팍 만큼은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원래 몇 년전에 올팍 바로 앞에 새로 짓는 아파트 살려다 별로 안 오를 것 같아서 안 샀는데,

(아예 안 오른 건 아니고 다른 아파트 3~4억 오를때 여기는 1~2억 밖에 안 올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ㅜ.ㅜ)

오직 올팍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으니 이제라도 거기 사서 들어갈까 싶음.

확인해보니 역시 별로 안 올랐더라구. 앞으로도 별로 안 오를것이 명약관화함. 

(말만 쌔 아파트지 세대수 적고 교통 안 좋고, 이렇다할 학군도 엄슴)

올해 근처 재건축 청약 넣어보고 안되면(당연히 안되겠지만) 걍 이 아파트를 살까 싶다.

 

2. 롯데몰

 

오늘은 칭구와 같이 진행 하는 알바 때문에 미팅을 하러 석촌 호수 근처 까페로 갔음.

석촌 호수는 참으로 간만에 오는데 여기 녹지도 참 좋다 싶은게 새삼스러웠음.

이러니저러니 해도 송파구가 녹지가 많아서 참 살기 좋은데는 맞는 것 같다.

여기는 친구와 만난 석촌호수와 유일하게 인접한 까페인데, 

오늘 같은 날씨 좋은 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참 좋다.

밥이 싼 편은 아닌데(피자나 파스타가 20,000원 내외) 양이나 퀄리티를 고려했을때는 참 괜찮다. 

jbout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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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out : 네이버

리뷰 161 · 잠실 석촌호수 분위기 좋은 카페

store.naver.com

여튼 칭구와 미팅 끝나고 의기투합해서 롯데몰로 쇼핑을 하러 갔다.

여기가 지어진지 3~4년은 된 거 같은데, 

씽크홀 때문에 이미지가 워낙 나빠서 한번도 간적이 없어서 이번에 첨 가봤는데 정말 좋더라구.

내가 왜 이렇게 좋은 쇼핑몰을 지척에 두고 쓸데없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괜히 코엑스 다니고 하남스타필드 다니고 했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이렇게 살게 많다니! 눈이 휘둥그레해져서, 

제주도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150만원은 잠실몰에 모두 몰빵하기로 했다. 우훗훗.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미덕인거였어.

20대에 첫 월급을 받은 이래로 소득의 최소 60% 이상은 항상 저축을 해왔는데

정말 쓸데없는 짓이었어. 

이제 저축따윈 하지 않겠다. 음홧홧홧홧.

퇴근마다 주말마다 들리며 사치와 낭비벽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음홧홧홧홧.

 

3. 혼자 여행 손절

 

누누이 밀했듯 여행은 전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남들이 하도 좋다고 그렇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 처럼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잘 몰라서 그러나 싶기도 하고, 

딱히 취미도 없고 돈 쓸데도 없고 해서 

혼자 가는 여행을 그간 정말 다양한 지역으로 다양한 형태로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결론은 혼자 여행은 나랑 참 안 맞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풍광이나 시설, 역사나 유적이 좋은데를 가더라도 혼자 가면 외롭고 처연하고 미저러블할 뿐이야. 

그래서 이제 혼자 여행은 손절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시행착오만 하며 살텐가.

그래도 나랑 정말 안 맞는다는 걸 꺠달을만큼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 부어서 

혼자 여행에는 정말 이말의 미련도 없다.

일말의 미련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