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난
내가 왜 배달에 그렇게 중독되었는지를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이 동네 그러니까 강동구는 내가 무려 20년을 넘게 살아 온 동네라서 정말 지리가 빠삭해.
같은 구라도 살던데만 살면 잘 모를수도 있는데
나는 강동구에서만 무려 일곱번의 이사를 통해 다양한 동선을 경험해봤다 이 말이야.
그래서 일단 배달콜이 뜨잖아?
픽업지에서 배달지까지 배달을 완수하기 위해 들여할 리소스와 보상이 너무나도 명확히 계산이 되거덩. 이거는 오르막이랑 배달지 특성까지 계산해야 되는거라 지도 어플로는 절대 겐또가 안 나오는 거임.
이거랑 비슷하게 이 회사 오기전까지만 해도 나는 뭔가 일을 맡으면 업무에 대한 겐또가 비교적 명확했고 그 느낌이 넘 조아떠. 지시자가 요청하는 목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정치적 뉘앙스를 을 포함해서) 그것을 달성할지 말지 어느정도 달성할지 달성 목표를 위해 어느정도 리소스가 필요한지 등등이 딱 보면 견적이 나와.
비록 내 성과를 부풀리진 못해도 내가 휘둘리는게 아니라 전문성과 눈칫밥으로 상황을 리드한다는 느낌을 정말 좋아했음. 비록 평가가 안 좋아도 억울할지언정 근본적으로는 상관이 엄서따. 왜냐면 평가자가 등신이고 나보다 전문성 떨어지는 거였거덩. 이를테면 그래도 지구는 도는데... 빙신.ㅋㅋ 요렇게 합리화가 가능했지.
그런데 여기서는 상황을 주도를 못해. 아니 물론 로컬에서는 하지. 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주도를 못해. 왜? 영어를 못하니까. 글구 여기 시스템이나 조직에 아직도 익숙하지를 않으니까. 아니 3년차로써 시스템이나 조직 탓하는게 넘 변명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건 전혀 아니야. 진짜 아님. 나만 암.
아니 홍콩 동료 그러니까 나보다 훨씬 나이도 어리고 이 분야 경력도 낮아 잡그레이드도 연봉도 낮을 것이 확실한 홍콩 팀원 B가 오늘 내 보스로 승진해서 내가 이러는게....맞지. 진짜 내가 영어 못하는 내탓이려니 하고 평가 바닥 깔아도 암말 안하고 있으니까 누굴 무슨 호구로 알았구나. 그럼 그럴만도 하지.
한국에서도 진짜 몸 갈아넣어 일하며 불평 안하는게 미덕인줄 알았던 아재 감성을 글로발 기업에서도 가지고 일하자니 매번 이 모냥 이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