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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재미

물미역 2013. 7. 5. 00:41

1, 칭구

 

울 회사에 나랑 동갑내기 이혼남이 한명 있는데,

이 사람이 엄청 과묵하고 조용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 스타일로써,

업무 외로는 정말 회사에서 좀처럼 입을 여는 법이 없지.

근데 오며가며 내가 말이나 장난 걸면,

내가 그 사람 캐릭터에 기대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적절하게 잘 받아줌. 

별다른 말 없이도 말이야..ㅋ

여튼 둘이서 술먹으면,

평소에는 좀처럼 말도 없고 표정의 변화도 없이 과묵하게 일만 하던 사람이

내가 뭔가 지적하거나 물어보면 순한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깜짝 놀라 애기하는게 정말 귀여워.

자기 인생은 정말 끔찍하게 따분하고 지루한데,

그걸 안 들키려고 애쓰고 있다며 

이번 생에서 더 이상의 여자는 없다며...

아우.귀여워..

 

말하자면 회사에 첨으로  팀원이나 상사나 주변 팀장들 말고 칭구가 생겨따.

애가 워낙 과묵해서,

내가 뭔일 생겨도 아무런 말 안하는 관계로,

칭구라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고 메신저로 징징대면,

난 원래 칭구를 강하게 키우지..라고 하면서,

아주 나중에 조용히 커피를 사다주지.

착한 녀석.ㅋㅋ

 

2.

 

울 실장은  평소의 점잖고 무심한 모습 답지않게,

카톡 프로필 사진을 엄청 자주 바꾸지.

어느날은  우연히 둘이서만 엘리베이터에 남게 됐는데,

딱히 할말이 없어서 어색한 몇 초를 보내다가,

간신히 찾아낸 화재라는 것이, 

실장님 카톡 프로필 사진 엄청 바꾸시다가 왜 요새는 사진이 없어요..그랬더니,

그는 후다닥 스맛폰 챙겨보더니,

아 내가 사진을 내렸구나...라고 하더군.

마침 엘리베이터는 도착하고,

또 한번의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무사히 넘겼군...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몇 시간 후 실장이 '사진 올렸어요~'하고 카톡을 보냈다능. -.-;;;

카톡은 첨으로 보낸거임.

그래서 사진에 대한 간단한 품평과 함께 요새 실장님 카톡 플필 사진 보는게 소소한 재미에요..라고 답을 보냈더니,

참고하고 부지런히 업뎃하시겠다 그러더라구.

과연 그 뒤로는 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업뎃 하시더마.

근데, 원래 자기 사진 주로 올렸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읽는 책 사진을 올렸더군.

얼마전에는 내가 읽는 책 보고 그거 나도 읽고 싶었는데..라고 해서 책 다 읽고 빌려 준 적도 있지.

그러니까 말이야, 웬지 책 사진 올린거 혹시 나보라고 올린건가 싶었.....-.-;;

(근데 우연히도 그 책들 중 몇권이 나랑 같은 책..........)

아..이게 뭐야...

 

3.

 

인생이 넘 루즈하다보니 별것도 아닌 것에 괜한 의미 부여를 하며 소소한 재미를 찾는 노처녀의 불쌍한 삶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