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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지 못한 자

물미역 2019. 6. 4. 10:56

실력이 없는 대신 말빨이 현란한 A씨는 당연히 실질적인 업무 처리는 엉망이지만 현란한 말빨과 더러운 빨래감을 운좋게 숨겨가며 승승장구 잘나가는 편이다.

본사에서 파견되어 온 B씨는 A씨가 업무를 공유하지 않아서 답답해하던 참이었다.

A씨 입장에서야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날까 숨기고 싶겠지. 기본적으로 근면, 성실, 책임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최근 본사에서 임원 C가 직접 한국 사무실을 방문해서 회의를 하는데

B씨가 어떤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특정 영역은 자신이 권한이 없는 관계로 프로젝트 범위는 전체가 아닌 일부라고 발표했다.

듣고있던 임원 C가 왜 네가 권한이 없냐, 너도 본사 조직의 일환이 있으니까 당연히 권한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B씨가 그간 A씨가 업무를 공유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터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B씨는 나머지 영역은 A씨가 잘 대응하기 때문이다라고 좋게좋게 넘어가더라구.

B씨가 나에게 그간 A씨의 실력없음과 업무를 공유하지 않는 점에 대해 맹비난하고 불평했던 나는 좀 의외였다. 

내가 B씨 입장이라면 A씨가 업무를 공유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일렀을 텐데.

이것이 바로 어른들의 세계인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도 A씨는 B씨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Scope에 대한 장표를 의도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하는지

회의가 끝난 후 "지금 굉장한 정치적 싸움이다"라덩가 "A씨가 그 장표를 넣은 것은 실수였다" 등등의 발언을 했는데

막상 A씨와 B씨가 만나서 대화하는 걸 보면 하하호호 세상 절친이 따로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으으. 기분이 바로 표정에 드러나는 나는 절대로 저렇게 못할텐데.

나의 관점에서는 실력이 엄서서 할일을 못한 악의 축인 A씨가 잘못했으며

잘못한 자는 댓기를 치뤄야 마땅하다는 유아기적 사고 방식에 갖혀있는데, 

막상 세상이란게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고,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는 매우 다양한 법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여전히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참 어렵다.

세상사가 어떻든 적어도 조직생활에서만큼은 성실함과 책임감과 근면함이 미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관을 참으로 떨쳐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능이 압도하는 예술가라면 또 사정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이 들수록 까탈스러워지기만 하고 갈수록 여유라곤 없어지는 걸 보면 마흔이 불혹이라덩가 60인가 70이 지천명이라거나 하는 건 죄다 거짓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