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여러가지

물미역 2016. 7. 30. 13:51

1. 한가함.


논문 마치고 처음 맞는 주말이다.

느지막히 일어나 언니와 조카를 수영장에 라이드 해주고,

체육관에 가서 KBS 영화가 좋다와 SBS 접속!무비 월드를 보며 한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씻고나서 어딜 갈까 하다가,

습관이 무서운게 결국엔 동네 커피빈으로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무거운 논문 가방을 거북이 등짝마냥 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미국 출장 가서 산 코치 쇼퍼백에

책 몇 권, 아점으로 먹을 계란 브리또와 파우치를 넣고 노트북을 안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왔다.

매번 안던 집중 모드의 불편한 의자가 아니라 쇼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간만의 한가로움에 어찌나 좋던지. 우훗훗. 우훗훗.


2. 조경란


조경란은 신간이 나면 무조건 사서 봤던 몇 안되는 작가 중의 하나'였었다.'

그런 작가들이 몇몇 있었지.

김영하, 김중혁, 박민규, 이기호, 신경숙, 은희경, 조경란, 정영미, 윤대녕, 김애란 등이다.

지금은 김영하, 김중혁, 박민규, 이기호 정도 빼고는 거의 책을 사지 않는다.

(글구 보니 박민규 신간 나온지 오래된 듯. 역시 삼미의 표절 논란이 컸던 걸까?

그래도 그 이후의 작품 세계가 워낙 뚜렷해서 난 크게 문제라고 생각은 안하는뎅)

책을 아무리 사도 다시 보는 일도 거의 없고 결국엔 짐일 뿐이라는 사실을 몇년 전 꺠달았고,

계속 짐을 줄이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살려고 노력하기 떄문이다.

이 세상에는 뭐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여튼 다시 조경란으로 돌아가자면,

난 여류 소설가들의 그 머랄까 섬세하지만 징징을 가장한 넘치는 자기애의 문체가 싫기도 하면서

읽고 있노라면 묘하게 집중이 되고 가끔은 그런 문체가 땡기는 날도 있기는 한,

한마디로 말하면 호불호를 알 수 없는 애매한 감정이 들곤 하는데,

그런 문체의 으뜸이 신경숙과 조경란인 것 같다.

(사실 으뜸 중의 으뜸은 공지영인 듯.

공지영의 작품은 우행시 이후로 확실한 불호로 자리잡아 아예 읽지 않은지 꽤 되었으므로 논외이다)

여튼 이런 여류 작가들의 특징은 분명 대부분을 읽기는 읽었는데,

작품의 내용도 전혀 기억이 안나고 작품과 작가도 잘 매칭이 안된다는 것이다.

(모든 여성 작가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정경미 같은 경우는 잘 기억한다규)

이번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이 나왔길래 간만에 조경란을 읽어 보았다.

제목은 <후후후의 아침>.

장편 소설도 아니고 단편집도 아닌 '옆편'을 Snowcat'풍'의 일러스트(게다가 컬러 인쇄!)와 엮어서,

괜히 책값만 부풀린  전형적인 기획 소설이어서 반감으로 시작했지만,

예전보다 공주나 아가씨 느낌의 징징댐이 줄었고

전체적으로 나이 듦에 대해 문체가 담백해져서 그럭저럭 읽을만했다.

나이드는 것, 늙는 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정 부분의 상실감을 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 . 자아성찰


논문이 끝나고 좀 시간적 여유가 생겨 스스로를 들어보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확실히 나는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이떄까지는 내가 징징댐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좀 불운하다랄까,,,뭐 그런 상황 탓도 좀 있는 줄 알았거덩.

근데 논문 마치고 정말 놀랐던게,

논문 마치기 전에는 논문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논문을 마치고 나니까 괜히 표절 시비 같은게 나오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는거야.

아. 물론 주제/모형/결론 모두 나만의 오롯한 연구물이지만,

선행 연구 인용 같은거는 내가 요령을 잘 몰라서 제대로 했는지 좀 의문이긴 했거덩.

물론 그대로 ctrl C+ctrl V는 하지 않았지. 나름 수정많이 했지만 100% 개런티하기엔 기억력이...;;

아니. 이런저런거 다 떠나서 당최 누가 석사논문 나부랑이에 표절 시비를 걸리가 없을텐데

이런 쓸따리 없는 걸로 괜히 불안감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사서 한단 말이지.

그리고 팀원들이 좀 말을 잘 들으니까,

자꾸 별거 아닌 상황들까지 끄집어 곱씹어 보며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좀 안심이 되는 그런 타입인가 싶어서 좀 기분이 그랬다. 쩝.

자아성찰을 위해 명상을 해야 할 떄이다.

또르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