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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물미역 2016. 9. 14. 12:18

1. 평화로운 중고나라.


얼마전에 코엑스 도심공항<->인천공항 왕복 버스 티켓을 끊었다가,

올때는 왕복 티켓 있는 것을 금방 깜빡해서 공항->코엑스 편도 버스 티켓이 남아버렸다.

한동안은 외국 나갈일도 없고 해서 주변에 줄 만한 사람도 없는데,

그래도 정가가 12,000원짜리인데 버릴 수도 없고 애물단지가 되버려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혹시나 하고 네이년 중고나라 까페에 절반가인 6000원에 올려봤는데,

아!글쎼! 그걸 사는 사람이 있더래니깐.!

나는 의심이 많고 귀찮은 걸 싫어해서, 직거래만 하려고 하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연락하고 잠깐 거래하고 헤어지는 과장이 흥미롭기도 하드라구.

이 버스표를 산 사람이랑은 퇴근길에 삼성역에서 잠깐 만났는데,

직업이 트레이너로 보이는 20대 중후반의 여성분이었음.

탄탄한 몸매와 짙은 살 색깔이 건강해보여서 인상이 좋았음.


마침, 침대를 퀸 사이즈로 바꾸다보니 원래 쓰던 온수매트도 애물단지가 되버거덩.

사이즈가 안 맞아서 그냥 쓰려니 웬지 배길 것 같고,

가지고 있자니 집이 좁아서 싱글사이즈 온수매트 하나를 쟁여놓을 곳이 없는 거라,

그냥 버리자니 돈내고 버려야하는것도 아깝고 멀쩡하게 작동하는 거라 물건 자체도 아깝고,

여차저차 해서 오천원만 받고 누가 가져가세요...라고 중고 나라에 옮기려다가,

잠깐, 가격 검색을 해봤더니 퀸 사이즈 온수 매트는 보통 이십몇만원 하드라구.

그래서 혹시나 하고 삼만원에 올려봤더니만,

그야말로 불티나게 문의가 오드라구!

거래가 한번 불발되기도 했지만 조금씩 가을로 접어드는 시즌이라 그런지 인기 품목이라 문의가 끊이질 않아

이번엔 60대 초반의 동네 아저씨인데

이따 만나서 직거래 하기로 했음.


근데 사람 심리가 참 묘하지.

중고 나라 올리기 전만 해도 아..이거 버릴 수도 없고 구찮아 죽겠네 싶었는데,

막상 팔려나가니까 아..넘 싸게 내놓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온수 매트도 나도 필요한데 그냥 쓸까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나의 매매 원칙은 1. 네고 없음 2. 직거래 되겠다.

앞으로도 계속 좀 버리고 팔고 해서 가지고 있는 짐들을 절반 이하루 줄이는게 목표다.

옷은 일단 20대때 입던 옷은 몇 개(이를테면 지연이가 생일 선물로 주었떤 회색 나이키 반팔 티셔츠)만 남기고 죄다 버려서 이미 절반 정도로 줄였고, 책도 삼분의 일은 팔아치웠음.

미니멀하게 살꼬야.


P.S. 방금 직거래하고 받은 돈. 명절이라서인지 썌돈으로 준비해주심. ㅎㅎ

   하지만 돈을 건네면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잘쓰겠다는 아저씨를 보는 순간 꺠달았지.

     아.....내가 넘 싸게 올렸군화. ㅜㅜ


     월급은 매번 통장에 꽂히니까 얼마 안되더라도 이런 캐쉬가 주는 울림이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아이. 뿌듯해.

     그나저나 어제는 20대중반 여성, 오늘은 60의 아저씨라..

     정말 매우 다양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중고 나라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심지아 LTE 데이터도 파는 거 받음. 나는 약정 땜에 어쩔 수 없이 9기가짜리인가 요금제를 쓰는데,

     데이터 쓸 일이 없어서 허구헌날 한 5기가쯤은 걍 날림.

     이젠 팔아볼까 싶음.


2. 독신의 삶


독신의 삶이란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과 비슷한게 아닌가 싶다.

부산에서 오라는 사람도 없고 볼 일도 없지만 이 긴 거리를 이유도 목적도 모른채 일단 가야하는건데,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이 오롯이 혼자서 자가차량으로 운전해서 간다면 그렇듯이,

속도를 늘일지 줄일지, 휴게실에 들릴지 말지 오롯이 혼자서 결정해야 하고

휴게소에서 들린다 하더라도 간식이든 밥이든 혼자서 먹어야 하고, 

차안에서 라디오도 듣고 인터넷도 듣고 하겠지만

결국 물리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차 안에 있는 것은 나 혼자 밖에 없으며,

결정적으로 졸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할 수도 없이 혼자서 꾸역꾸역 가야 하는 것이다.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물론이고 고통이나 짐을 나눠가질만한 사람 자체가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외국에 있는 형부탓에 명절 떄마다 남편없이 시댁을 방문하곤 하는,

언니와 조카를 경기도 인근에 라이드 해주고 혼자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잠이 쏟아져서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순간을 서너번쯤 넘기고,

간신히 졸린 눈을 비비며 무사히 동네까지 도착한 안도감과 함께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독신 생활에 대해 나는 크게 만족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데,

이를테면 부산까지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혼자서 다닐만 한데

졸릴 때 누가 운전 좀 번갈아가면서 해줬으면 하는 그럼 소박한 소망이 있는 것이다.


3. 명절의 커피숍


학교 숙제하러 들렀는데, 정말이지 한산하기 짝이 없구만.

주말에 평소 이시간대 손님의 10분의1정도 밖에 안되는 듯.

그래도 나처럼 공부하거나 책 읽으러 온 사람들이 두세테이블 있는게 위로가 되는군.

명절은 명절이군화.


4. 위화감


온수매트 중고거래하면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제야 원인을 알았음.

내가 원래 다른 사람이랑 거래하고 있는데 이 분이 쪽지를 일케 줬는데,

원래 사기로 했떤 사람이 파토나서 이 사람이랑 다시 거래했거덩.

쪽지 보고 <줄 서봅니다>라는 표현을 보고 나는 대략 20~30대 남자 정도 생각했다 말이지!

근데 정작 사러 나오신 분은 최소 60정도로 보였다 말이야.

인터넷이란게 보급된지 정말 오래됐구나 싶었음. 하긴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