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1.
2차 지도위가 2주밖에 안남았고,
교수님들에게 논문 검토본 돌릴 시간은 일주일 정도,
지도 교수님에게 최종 검토본 남품할 시간은 이제 5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건만
논문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나는 이제까지 논문의 핵심은 자료 정리라고 생각해서 근본적으로 일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논문을 쓰면 쓸수록 논문은, 특히 사회 과학의 일종인 내 전공의 논문은,
자료 정리가 핵심이 아니라 글을 잘 쓰는게 핵심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을 조리있게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고
정리된 자료는 그냥 도울 뿐이었다.
다만, 그 생각이 굉장히 논리적으로 정제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굉장히 무거운 과제이다.
여튼 핵심적인 것은 내 생각과 그걸 뒷받침하는 논리력인데,
나는 두 개 다 없거나 최소한 논리력 하나만큼은 확실히 없는 사람인지라,
나같은 유형에게는 논문 나부랑이가 참으로 안맞는 것이었다.
나는 길고 장황한 리포트를 논문이라 부르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어떠.
그래도 요즘엔 까짓거 서두르느라 스트레쑤 받지 말고 찬찬히 써야지 라고 했는데,
이게 논문이 혼자 쓰는게 아니라 지도 교수님도 있고 논문 지도의 위원님들도 계시고 하니까,
바쁘신 분들 모아놓고 형편없는 산출물을 납품하는 거 자체가 디게 결례이고 뭐 그렇더랑.
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다.
2.
너무 우울하기 짝이 없어서,
산책이라도 좀 하고 와야겠닥하고 올림픽 공원에 가려고 전동킥보드를 탔다.
그런데 중간에 바람에 뒤집한 모자를 바로 하려고 한 손을 뗐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따.
내가 자전거타다 넘어진 적은 몇번 있는데,
전동 킥보다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그런지 넘어질 때의 충격이 자전거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어따.
그래도 피를 많이 보진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따.
이제까지 전동 킥보드 막 타고 다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수분 정도 충격을 추스리고 다시 킥보드를 타고 올팍으로 갔는데
그새 날이 너무 더워져서 이사갈 집만 둘러보고 왔다.
이 와중에 이사도 해야 한다니.
3.
영어는 여전히 잘 안들린다.
지난 6개월간 확실히 나아지긴 했다.
더 잘 들리긴 하는데 여전히 의미를 100푸로 이해하긴 어렵다.
회의를 주도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말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대꾸도 잘 못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영어 못 하는게 엄청 위축되지는 않는다.
지난 주에는 본사 + Vender 아시아 총괄 + 한국 IT + 법무 이렇게 떼거지로 회의를 하는데
자꾸 나한테 뭐 물어보는데 이게 워낙 복잡다단한 애기라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정확히 몰 물어보는지도 모르겠고해서,
한마디로 회의에서 등신이 되었는데, 별반 위축되지가 않았는데 그냥 조금 찜찜했다.
나는 지식과 능력이 없는게 아니라 그냥 말을 못하는 것 뿐이거덩.
근데 같이 콜 들어갔던 변호사가 어머, 본사 왜 그런데요...같은 회사 아닌 줄.....이라고 해 서
아...내가 그 회의에서 그냥 등신 정도가 아니라 상등신이었구나라고 그제서야 깨달을 정도였다.
앞으로 이 난관들을 어뜨케 해쳐나갈지 걱정이다.
4.
2020년은 정말 특이한 해다.
무려 9년을 근무한 회사에서 이직을 했다가 거기서 또 탈출하려다 실패하고 쫓겨날 위기까지 겪었다.
십년을 속앓이하던 부동산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
아직 결론은 안났지만 학위의 향방도 이주일 후면 정해질 것이다.
물론 이주일 후 논문 지도위가 마지막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과하며 내년 초까지 더욱 혹독한 비평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크게 한고비 넘는 것만큼은 사실이니.
이렇게 일상에서 큰 일들이 발생하는데 코로나까지 창궐하다니...
게다가 올해는 내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20년째가 해였는데.
똑같은 일을 무려 20년 동안 하면서 금자탑을 쌓아 올리기는 커녕 아직도 이렇게 빌빌거리고 있다니.
아니지, 내가 단언컨데 20년동안 같은 일만 한적은 없어.
이 분야 자체가 원가 이슈도 많고 성장기였기 때문에 분야만 같은 뿐 항상 새로운 이슈를 공부해왔는데.
5.
아까 킥보다 탈떄 넘어진 무릎과 팔꿈치와 손바닥의 상처들이 욱신거린다.
그래도 인간이 재생력이란 걸 가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따.
늙어서 재생력이 현저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능력이다.
6.
논문은 어떻게 될런지 한치 앞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