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여러가지

물미역 2021. 12. 4. 16:27

1.

언니와 주말에 저녁을 먹으며, 

드디어 루이비통 물량 확보에 극적으로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대화를 듣고 있던 조카가 불현듯 '이모는 뭘 좋아해?"라고 물었왔다. 

물론 '술!'이라고 전광석화와 같이 말하려다 웬지 교육상 안 좋을 것 같아서, 

'책!'이라고 그랬더니 '이모 책 읽는 거 한번도 못 봤는데...'라고 중얼 거리길래 뜨끔했따.

사실 유튜브나 처보면서 시종일관 누워있기 때문에 책도 잘 안 읽긴하지.

조카에게는 그거야 밥 먹을 때 주로 만나니까 그러지 하구 대충 때웠는데, 

조카가 이어 말하길, 이모가 좋아하는 데에다 돈을 써, 그래야 인생이 행복해져...라구 그랬다. 

역씨 뜨끔. 

아니 왜! 난 명품빽 좋아하는 인생 살껀데! 왜! 왜!

 

2. 

<너를 닮은 사람>의 다소 찜찜한 엔딩을 맞이하고 <지옥>도 완료하고

<너의 모든 것> 시즌 3도 후다닥 끝내버린 관계로

다시금 드라마 휴지기가 도래하려던 찰나 <멜로가 체질>을 시작했따. 

제목이 딱 로코물인 것만 같아 원래 도통 볼 생각이 없었는데 ,

구독하는 게임 유튜버 '갓존슨'이 인생 드라마라며 네번쨰 정주행 한다고 하길래 보기 시작했음. 

갓존슨이 자기와 유머코드가 맞다고 해서 ,

나도 잼날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잼나서 순식간에 1화 시청을 완료하였음. 

대사빨이랄까 하는게 분명 재밌긴 한데 뭔가 묘하게 거슬리는 구석이 있긴 해서

이건 뭐지 싶었는데 감독이 이병헌이더라 .

난 이병헌 감독 증말 싫어한다 말이지. 뭐랄까 유머가 넘 자의식 과잉이다. 넘 싫다. 진짜.  

아. 재미는 있는데 이병헌이 만들었다고 하니 넘나 싫어. 

그래서 뭔가 합리화를 하려고 작가를 봤는데 작가도 이병헌이야. 꿱! 

원래 애기 하려던 바는 1인 가구로서의 고독한 인생에서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 추천은 죄다 유튜버가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정신의 팔할 이상을 유튜버와 엠퐉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스마트폰과 신체의 접촉 시간을 봤을 때 이미 일종의 장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노안 때문에 안경을 벗고 스마트폰을 보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일단 안경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내 신체에 붙어 있음. 

얼마나 쓸쓸한 상황이야. 이게.  

 

3.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쓰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다이어리를 사곤 한다.

물론 허구헌날 술먹고 누워 있느라 연말이 되어도 다이어리의 80%가 깨끗한 백지로 남아 있을 뿐인데도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고심해서 다이어리를 산다. 

올해도 무려 약 한달여간의 고민 끝에 다이어리 디자인을 고르고, 

수시간의 폭풍 검색 끝에 예스24와 같은 온라인 서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1+1까지 주는 온라인 쇼핑몰을 발견해서

이제 사기만 하면 되는데 무슨 색을 사야 할지 두시간 정도 고민하다 결국 못샀어. 

아. 진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주말을 맞이하여 빠마를 하려고 하는데, 

미용실 고르는데 얼마나 걸렸는지까지 굳이 애기하지 않겠다. 

결정장애 너무 싫다. 결정장애 싫으면서도 여전히 결정을 못하는 내가 더 싫어. 

 

4.  

이번 PT 선생님은 정말 아주 훌륭한 선생이다.

잘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요 태도도 넘나 좋아. 

비싸서 그렇지 최상의 선생님이다.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내가 높이 사는 부분은 성실함과 책임감이다. 

하루에 PT 수업을 보통 10개 정도 한다는 거야. 

5시에 집에서 나와서 자정이 다 되서 들어가고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안 잔다고 하더군. 

내가 PT 트레이너에 대한 유튜브는 거의 다 봤기 때문에, 

PT 트레이너의 대략적인 수입 수준을 아는데, 

저 단가에 저 정도 수업을 뛰면 PT 트레이너 중에서는 굉장히 독보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을 것임이 자명하기에, 

(본인 스스로도 돈을 많이 번다고 지나가듯 애기한 바 있음)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가장으로써 와이프와 자식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인 듯 하다. 

내 봤을 때는 조만간 번아웃 크게 한번 올 듯. 

PT 트레이너도 사실 일종의 감정 노동이라 하루에 10세션씩 하면 정말 힘들텐데, 

매번 수업을 몹시 성심성의껏 해줘서 정말 대단하다 싶긴 하다. 

근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 수업 좀 줄여야 할 텐데. 

남들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으로 에너지 낭비하는 것도 이것도 다 혼자 살아서 그래.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사는게 정상적으로 사는 건지 모르겠다. 

오래 혼자 살아서 정신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하는것도 지긋지긋한 나의 강박 중의 하나임.

 

5.

피아노 선생님도 아주 좋은 분이다. 

피아노를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는 것은 기본이고, 

싹싹하고 밝고 붙임성이 좋다. 

내가 갈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고, 

새로 산 코트가 이쁘다거나 하는 식으로, 

볼품없는 나의 외모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해준다. 

그런데 역시나 나는 아직도 수줍음이 많아서, 

피아노를 시작한지 반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선생님 눈을 잘 마주치지를 못한다. 

나이는 많아야 30대 초반으로 나보다 15년 이상 어릴텐데도 도저히 편하게 말을 못하겠음. 

선생님이 칭찬을 해주면 선셩님도 오늘 이쁘시네요...이렇게 티키타가가 안된다 말이지. 

아무리봐도 내 성격은 정말 이상함. 

역시 상담을 다시 받아야지. 

근데 상담을 20년째 받는데도 이모냥이면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거라는 거.

아. 글치. 상담은 고치려고 받는게 아니라 나를 잘 이해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받는거지 모. 

 

 

6. 

홍콩 동료가 새 보스때문에 돌아버릴라고 하길래. 

나도 좀 새 보스가 넘나 마이크로매니징 하는 것도 있고 해서 

나도 힘들어. 홧팅하자라고 서로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좀 친해지는 요즘이었는데,  

홍콩 동료가 오늘 보스의 보스랑 회의 할 일이 있는데, 

그때 힘들다고 애기하겠다고 할꺼라믄서 내 애기도 하겠다길래.

그랴...나도 일많이 힘드니까...물어봐조서 고마워...라고 하긴 했다. 

나는 개가 맘도 약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서,

조심스럽게 애기 할 줄 알았는데,

화가 나서 의외로 확 질르면서 sue도 음청 힘들어 한다고 그랬나바.

그래서 보스의 보스가 한시간 후에 나까지 불러서 셋이 같이 애기 좀 하자고 그랬다고

홍콩 동료가 전해오는 예상치 못하는 전개가...

아니 나는 영어 여전히 잘 안들리고 잘 못하는데 

이런 민감한 주제에 끼이면 나보고 어뜨카라구.  ㅜ.ㅜ

아. 다리 달달 떨며 불안에 떨 면서 한시간 후에 있을 회의를 기다릴밖에.  

목요일을 맞아 혼술이나 하려던 소박한 계획이 이렇게 급변할 줄이야. 

난 넘 무서워 Bessie야 라구 그랬더니, 같이 홧팅해야 한다구 그래봤자, 

나는 영어도 못하는데. 아놔. 

가뜩이나 보스 패싱하는 것만 같아 엄청 불편한데. -.-;

나 이러다 회사 짤리는 거 아니야. 짤리면 어뜨카지. ㅜ.ㅜ

그래서 미리 발언의 내용과 범위와 수위를 어떻게든 홍콩 동료와 조정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영어를 못하니까 잘 안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