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원래 책을 몹시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2~3년간 우울증이 매우 심해져서인지 집중력 저하로 책을 손에서 놓은지 꽤 되었다.
특히 요즘은 일단 논문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느긋하게 딩굴대며 책을 읽을 정신적/물리적 에너지가 없기도 하다.
그래도 책사랑을 누를 수는 없어 종종 도서관에 들려 책을 잔뜩 빌려오곤 하는데,
번번이 한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대여기간을 넘겨 고스란히 책을 반납하곤 했다.
지지난주에도 1인당 최대 대여 권수인 6권을 꽉꽉 채워서 빌려왔는데,
2주가 지나도록 한 권도 끝내지 못하고 마침내 대여 기한이 다가오고 말았다.
시간이 더 있더라도 결국 읽지 않을 것임을 익히 앎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장 신청(1주일에 한해 1회 가능)을 했는데,
6권의 책 중 1권의 책은 연장 신청이 되지 않았는데 아마 누군가가 대출 예약 신청을 해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했다.
그 책이 바로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였다.
제목과 표지가 묘하게 서정적인 것이,
내가 좋아하는 류는 전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싫어하는 편인 가오리 머시기 하는 여류 작가풍의 감성 소설인 것 같아서,
크게 흥미가 생기진 않았음에도 일단 이 책을 빌린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 완전 따끈따끈한 새책이다. 무려 올해 6월에 발간된 것인데다,
종이 상태도 아직 아무에게도 대여가 안된 처녀본(?)이었던 것인데
공공 도서관에서 이런 류의 책을 빌리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두번째는 일단 제목에 내가 좋아하는 단어 4가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런치, 바람, 베이컨, 샌드위치.....
물론 4개의 단어를 조함한 제목이 도통 먼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베이컨과 샌드위치는 진리이니까.
여튼 대여 기간 연장이 안된다고 하니 문득 책을 꼭 읽고 반납하고 싶은거야.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개 오늘 3시간 정도 집중해서 완독을 했다.
제목만으로는 책의 정체를 잘 짐작할 수 없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한마디로 "심야 식당"의 까페 버전이랄까?
요리를 소재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심야 식당 대히트이후로 하나의 장르가 된 느낌이다.
심야 식당과 다른 점은 심야 식당은 복잡한 도시의 배경이고 이 소설은 강원도 정선 정도 느낌의 일본의 작고 한적한 고원 휴양지가 배경이며,
업종이 심야 식당은 밥집이라 밥이나 반찬 위주로 다루지만 이 책은 까페가 업종이라 샌드위치나 간단한 스튜, 샐러드, 스프, 디저트 등의 런치가 주요 메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야 식당 주인장은 어둡고 위험한 과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4, 50대 아저씨가 식당 주인이지만
이책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다 못해 도쿄에서 강원도 정선 정도의 일본 시골에 와서 까페를 개업하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역시나 감성 소설류였지만 울고 짜거나 자기연민보다는
담담하고 담백한 감성류여서 걱정했던 것보다 낫긴했지만 밋밋하고 심심하긴 했다.
찾아 읽어볼 이유가 전혀 없는, 읽거나 안 읽거나 인생이 달라질 바가 없는 그냥 그런,
심야 식당 인기에 편승했지만 큰 야심은 없이 소박하게 기획한 그냥 그런 요리집 소설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아가리파이터 이승훈 PD는
좋은 영화의 기준은 영화를 보기 전의 자신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자신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는가라는 것이라 했다.
단언컨데 이 책을 보기 전과 후의 나는 1도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이 책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그저 그런 책인데,
이렇게 길게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말안듣는 썅년들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뭐라도 쓰고 싶었고,
그저 그런 책이다...라고 폄하하기에만은 뭔가가 아주 작게 마음에 간질거리는게 있는데,
도통 그게 뭔지 모르겠다 말이지.
선이 가는 그림체의 일본 순정 만화류에서 보던 그런 느낌과 익숙해서 그런지,
특정 에피소드가 웬지 조카 때문에 더 와닿았기 때문인지,
몇년 전 여행을 갔던 강원도 고원 지역의 고즈넉함이 생각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회사 떄려치우고 귀농을 하고 싶다, 작은 까페를 차리고 싶다라는 막연한 판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결코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절대 읽지마세요하는 책도 아니다. 뭐 그렇다.
P.S 이 썅년들이 나를 너무 괴롭혀서 회사 때려치고 싶은 생각, 팀장 관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씩 든다.
진짜 여자들 많은 조직은 말많고 탈많고 진짜 별로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을 이제까지는 상반기는 본사 교육 바라보고 버텼고, 하반기는 내년 안식 휴가 바라보며 버티는 중인데,
이 년들이 나를 괴롭히는 강도가 너무 심해져서 도저히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되고 있다.
물론 이 년들도 문제지만 내가 등신같고 찐따같아서 애들이 나를 등신 취급하는 부분도 있다.
여튼 너무너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지만 그 딴 병신같은 년들 떄문에 내 커리어를 접는다는 것은 나만 손해란 생각으로 부득부득 이를 갈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꼭 50세까지는 이 더러븐 꼴 버텨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여기서 한 다음에 은퇴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다국적 IT 기업에 반대하는 국제 시민 단체 활동가가 될꺼야.!!!!!!!
흠. 그럼 팀을 한번 옮겨 볼까? 생각 좀 해봐야 겠다.
하여튼 이 썅년들. 이젠 자비란 없다!!!!!!!!!
P.S 2 이제 책 반납하러 가야지. 에구. 귀찮아.
P.S 3 썅년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