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지금 직장도 좀 멀긴해도 나름 괜찮은 곳인데
왜 이렇게 갈수록 우울해지는지 잘 알고 있다.
좋은 옵션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덜 좋은 옵션을 선택해서 인생을 더한 우울로 점철하게 하는게 내 특기인 것 같다.
금요일 늦게까지 콜을 하고 오늘 출근했더니
일요일에 상사가 한바닥 메일을 보내놨더라.
일단 메일 내용이 넘 우울해.
일반적인 한국 기업이라면 내가 엄청 잘 하고 적극적으로 하는건데,
거기에 대해 우쭈쭈하고 인정받기는 커녕,
너무나 당연한 내용을 왜 필요한 건지 생면 부지의 스위스 아자씨들에게 설명해야 하고,
영어도 잘 못해서 잘 설명도 못하는게 답답하고 우울하고
상사가 일요일에 일한다는 사실도 넘 우울해.
나는 외국인들은 일을 좀 덜 하는 줄 알았는데,
(예전 회사에서 본사 가봤을 때는 사람들 진짜 널럴해보였는데 거기는 IT회사라 그랬나바.
예전 회사 본사는 확실히 IT회사 맞음.)
근데 이 회사는 보수적이라 그런지 외국인들도 전체적으로 일을 엄청 열심히 해.
야근도 많이 하규.
나는 일 열심히 하기 싫단 말이야!!!!
나 정도 경력됐으면 입으로만 나불나불하면서 애들 업무 좀 잡아주고
중장기 방향성 설정해주고 대외 활동 열심히 하고 뭐 그런정도만 하면서 돈은 많이 받고 뭐 그러고 싶다 말이야.
여튼 이런 '헛된' 욕심으로 욕구 불만이 자꾸 생겨서, 더욱 살만 찌고 있다.
특히 혼자 일하는 외로운 처지는 이러한 욕구 불만을 배가 시켜서 우울증도 더해지고 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C사에 다시 한번 연락해봐야겠어.
C사에서 이미 뻐스 떠났네..라고 하면 지금 직장에 집중하면서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아.
B사 사람들이 그러면 기암하겠지. ㅋㅋㅋ 그게 뭔 상관이야. 내가 젤 중요하지.
애초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거 싫어서 남은 것 자체가 에바야.
.....라고 글을 써 보는 것은 그런 사태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버텨야 한다. 일년은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