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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증 탈출의 끈

물미역 2019. 1. 25. 08:16

좋아하는 팟캐스트의 라이브코너에 크라잉 넛이 게스트로 나왔다.

몇 주 전에는 노브레인도 나와서 꽤나 흥했었는데, 

노브레인도 크라잉넛도 일종의 토크쇼 출연한 것을 거의 못 봐서 꽤나 반갑게 들었는데, 

크라잉넛 멤버들 하나하나가 제 정신인 자들이 없이  토크가 난데없고 맥락없어 어찌나 아수라장에 난장판이던지

게스트들 운영에는 정말 신급의 능력을 가진 능숙한 팟캐 진행자들도 꽤나 당황시켰고

나름 개성 강한 편인 노브레인 조차 엄청나게 사회되었고 정갈했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아수라장에 아무말 대잔치 토크를 하다가도 정작 라이브를 할 때면 후드득 멀끔하게 뽑아 내는 것이 과연 아티스트다 싶었다.

크라잉넛이 말이 크라잉넛이지 당최 언제적 크라잉 넛이야.

내가  드럭에서 그 냥반들 공연 봤던 떄가 기억도 가물한 대학생 때였는데, 

그 냥반들도 이제 나이 먹을만큼 먹어 40대일텐도, 

그렇게 근본없이 제멋대로 하지만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아가는 그 자유로운 모습이, 

정말 꽤나 멋졌다. 

팟캐스트에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크라잉넛이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인터뷰집을 냈었는데,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 이들의 책에 감화를 받아 낸 것으로, 

유시민도 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다고 책에 썼었는데, 

유시민 책을 읽을 때는 그게 아주 깊게 동감이 되진 않았고, 

외려 크라잉넛이 언제적 크라잉넛인데 중년 록밴드 보고 감화받다니 유시민도 넘 뻔한 아재 아닌가 싶었는데, 

팟캐스트를 통해 멤버들의 개성을 생생히 접하니, 

유시민이 받았을 감화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되었다.

노브레인도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이 크라잉넛이고 크라잉넛이 끈끈한 유대관계로 여전한 활동을 해나가는 걸 볼 때마다 힘을 받는다고도 했는데, 

그떄도 뭔가 그냥 입에 발린 소리 같아서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확실히 먼 소린지 알겠더라구.

방송 자체도 정말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렇게 밝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개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동년배들을 보니 최근 몇 주간 나를 엄습하고 있는 울증 탈출의 실마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울증 탈출의 동아줄은 언제 어디서 내려올 지 모른다는게 인생의 묘미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방송 말미에 크라잉넛의 공연정보를 알려줬는데 그런데 찾아다니기엔 너무 늙고 어쩌고 하다는 자괴감에 조금 다시 우울피가 차 올랐다.

그래도, 박사 논문 때문에 교수님을 찾아 뵈야하는데 연락을 어떻게 드려야할지 작년에 박사 학위를 딴 과 동기와 의논하다가, 부논문 교수님 이름 안 달고 혼자 낸 거 때문에 동기한테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나서 생겼던 우울치는 극복할 수 있었다.

어쨌든 매불쇼 <크라잉넛> 편 강추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6898


P.S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멤바들이 다 74, 76, 77들이었다. 아이 좋아. 다들 그렇게 영원히 철없이 하고 싶은 거 살아가며 행복하게 살길 기원한다. 시간되면 유시민 책을 다시 함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