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6. 5. 2. 22:41

원래 박사 갈 생각은 딱히 없었건만

교수님이 당연히 박사 가는 것처럼 말씀하시길래,

얼래 붙여주려나 싶어 어영부영 얼레벌레 지난주 박사 과정 입학을 위한 면접을 보았더랬다.

 

석사 면접을 봤던게 무려 5년도 전이라

어케 봤던지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관계로

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입시 공지를 참조하여,

간만에 전공책 하나 군데 군데 읽고 나머지는 책이나 논문들은 인터넷에서 요약본 좀 보고...;;;;;

떨레떨레 면접 보러 갔더니,

아니 왜 면접장에 와서야 이게 그냥 면접이 아니라 구술 시험이라는게 기억이 났을까.

아. 망했구나 싶었지만,

불혹다운 연륜으로 대충 말로 때워보자라는 심산으로 어영부영 구술 고사를 보았다.

구술 고사는 5개 문제에서 3 문제를 뽑아 말로 설명하는 건데,

5과목 중 3과목 밖에 공부를 안했으므로 선택의 여지는 전무했다고 할 수 있다.

2문제는 얼레벌레 말로 때웠는데,

마지막 한문제, 울 과에서 젤 유명한 스타 교수! 쌤이 낸 문제는 도통 잘 모르겠는고야.

외국 학자 2명의 이론을 대고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이론을 대고,

최근 한국 현상을 이 이론들을 가지고 설명하는 게 문제였거덩.

근데 나는 외국 학자 2명의 이론은 고사하고 이름 자체를 첨 들어봤어.

그래서 대충 넘길라고 교수님 이론만 설명을 했더니,

교수님 왈, 네가 애기한 거는 외국하자 게 아니라 내거잖아. 내가 그 사람들 요약해서 이론 수립한거 아닌데..라고 하시길래,

아..알고 있습니다. 그..근데 교수님 이론이 넘 훌륭해서 다른 학자들 이론은 제가 볼 필요를 못 느껴....라고 어영부여 애기했더니,

교수님이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지? 그래도 시험은 시험인데 블라블라블라..(쫄아서 잘 안들림)"

 

망했어요. ㅜ.ㅜ 

 

그래 이게 박사에 붙어도 논문을 써야 진학을 하는데, 

아니 연구 모형이랑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논문이 통과가.....될.......수도 있으려나...

연구 모형과 정반대라면 역도 설명하는거니까 연구 모형을 반대로 세우면 되잖아...

아니..그렇게 하려면 문제제기부터 다시 써야 되는거고...

아...그렇게 하려면 아예 주제를 다시 잡아야 되고.......

 

몰라. 올해 상반기는 넘 힘들고마.

 

논문+박사 면접+본사 교육 준비+본사 출장 준비를 위해 쉼없이 달려온 상반기인데,

가뜩이나 시간도 없건만 건강이 다시 급 나빠지면서(이를테면 몸에 피가 절반도 없는거라 한시간 꺠어있으면 한시가나 자줘야 함)

논문 결과는 엉망이고 박사도 망치고

본사 교육은 같이 가기로 했던 사람 한명이 갑자기 실장으로 승진하게 생겨서 교육도 혼자 가게 생겼는데 웬지 나가리 느낌이지,

본사에서 할 미팅 어레인지는 미국 대륙이 넘 넒어서 일정도 짧은데 도저히 동선이 안나와서 초행길을 이리저리 혼자 다니려니 넘 무섭고 뭐 몰라..

 

다 나가리 느낌이야. 다 때려칠꺼야.

포기란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아. 힘들어.

 

P.S 1 비도 오고 기분도 우울해서 홈플러스에 술과 안주를 사러 갔다.

       안주로는 평소에 즐겨 먹는 쉐프 로스트 치킨 한마리를사고,

       소주 혹은 와인을 사려고 주류 코너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몸이 넘 안 좋아서 술 먹을 생각만 해도 급 피곤해져서 발걸음이 채 떨어지지 않는거야.

      아니,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 몸이 술을 거부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웬만하면 술을 사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주류 코너에 가까이 가지지가 않아서

      괜시리 맴만 돌다 그냥 로스트 치킨 한마리만 덜렁덜렁 들고, 집에 오는 길이,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었다.

      담배도 끊었는데 술마저 몸이 거부하다니.

      게다가 과일이랑 야채도 자꾸 챙겨먹을라구 하구.

      막 사는 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ㅜㅜ

      여튼 집에서 혼자 술먹을 체력마저도 사라져버려서,

      아마 이젠 웬만하면 집에 술 안 먹지 싶다요.

 

P.S 2 그래도 징징 내공은 아직 죽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