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7. 5. 30. 11:14

1. 책을 읽다가


도서관 새 책 코너에, 

어느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은,

도서 대여 이력이 제로일 것임에 분명한 심리 스릴러 소설책이 있길래 일단 빌려왔는데, 

여차저차 해서 못 읽고있다가, 

지나가던 버스 광고판에 그 책 광고가 실린 것을 보고

출판사가 나름 힘주는 작품인 걸 보면 잼난가바 싶어서, 

반납일을 하루 앞두고 열독 했는데, 우와, 완존 재밌어.

스릴러 장르다운 쫄깃한 플롯의 스피디한 전개가 참으로 내 취향이었는데, 

그 소설을 가장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다른 장르 소설 답지 않은 주인공들의 부족함이었다.

범인을 추적해가는 런던 경찰서의 여자 형사 A가 말하자면 여자 주인공인데, 

A는 다른 여자 형사들처럼 아름답지도 유능하지도 않거니와 걸 크러쉬와는 개나 줘버릴, 

못생기고 매력 없어서 남자들에게도 인기없을 뿐더러 

일도 잘 못 하고 성격도 우울해서 직장에서도 동료들에게 왕따 당하는 관계로 자존감이라고는 바닥을 뚫고 지하 깊숙이 침참해 버린, 한마디로 삶이 찌질 그 자체인 동시에

이 넓은 세상에 인간 관계라고는 아부지 밖에 없는 정말 외로움에 사무치는 못생긴 노처녀 그 자체인데, 

내 처지라고 그닥 다를바 없는 점이 어찌나 동감이 가던지 말이다.

그나마 A는 30대 후반이라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서 내 처지가 사실 더 안 좋지.ㅋ

여튼 스릴러 장르 소설 치고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를 꽤나 섬세히 한 편인데, 

이 여자가 아부지를 잃은 충격에 술퍼먹고 평소 좋아하던 직장 동료를 원나잇을 유혹하려다 

매우 비참하게 그나마도 까이는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ㅜ.ㅜ

등장인물의 또다른 한 축인 남자 주인공으로는 A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었던 형사 B가 있는데, 

이 냥반은 일도 잘하고 수사 반장도 하면서 나름 잘나가는 멀쩡한 중년이지만, 

심각한 알콜 중독인지라 이혼까지 당했지만 술을 못 끊다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닥쳐서야 재활 센터에 들어가서 간신히 갱생 치료를 받고 다시 복귀했지만 

중독이 어디 그리 쉽게 치려고 되나요.

알콜 중독이라는 자신만의 그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란 말이지.

이 냥반이 술을 끊고 나니 일도 잘 안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스스로의 자괴감에 술을 다시 먹어 말아 하는 장면을 보자이, 

이게 또 엄청 감정 이입이 되면서....ㅜ.ㅜ

여주와 남주가 이렇게 각각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주 좋았는데, 

더욱 좋았던 것은 이 2명이 서로 이어지지도 않고 각각의 결함을 극복하지도 못하고, 

쓸쓸하고 찜찜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넘나 좋었어. 

특히, 남주가 나는 죽을떄까지 알콜 중독이겠구나라고 포기하는 장면 넘나 좋았지.

단순히 장르 소설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이 작품! 강추하는 바인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알콜 중독에 걸린 외롭고 찌질한 노처녀이니까, 

역시 나의 찌질력이 A+B를 합친 것보다 더욱 크다는 점이 참으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책은 이거야.


A양 아부지가 살해당하면서 불쌍한 딸래미를 떠올리는 장면. 

이떄부터 흠칫...했다능



2. TV를 보다가


일요일 마리텔 Live의 김구라방에 유시민이 게스트로 나온다 그래서 챙겨 봤는데, 

저 냥반은 어쩌면 저렇게 생각이 신박하고 논리 정연하면서도 말을 저렇게 안 지루하게 잘 하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는데, 정확히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말이 유달리 마음에 처박혔더랬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관계가 있어야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꺠달았어. 

난 평생 행복해질 수가 없구나. 


3. 밥을 먹다가


주말에 시켜 먹은 배달 음식들을 한번에 다 먹어 치울순 없으므로, 종종 냉동을 시켜두었다가 다음에 다시 먹지.

얼마전엔 그렇게 쌓인 냉독식품들로만 구성된 식사를 했는데, 

이를테면 한달전에 냉동시킨 치킨에 두달 전에 냉동시킨 감자탕 등등??

정말 맛이 없었어. 꼭 마분지를 씹는 것 같은 것이 정말정말 맛이 없었어.


4. 운동을 하다가


아침에 체육관 가서 런닝머신 걸으며 뉴스 보는데, 

평생 미혼인 남자가 10%라서 심각한 사회 문제래.

여자는 그 절반은 5%라서 남성만큼 심각하진 않은지 전혀 언급되진 않던데, 

20명 중에 한명, 바로 그 한명이 나구나 싶은것이 다시 한번 눈물이..ㅜ.ㅜ


5. 결론적으로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나이를 먹을 수록 혼자 사는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외로운 것임을 매일매일 새롭게 꺠닫고 있다.

정신이 급속히 피폐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 고양이라도 키워야 하는 것인가?

듀오를 다시 가입해야 하는 것인가?

멘탈의 위기야. 위기.


...

이게 다 아파트로 이사 온 후의 생긴 일이야.

쓸데없이 넒은 집은 정신 건강에 안 좋은 듯.

역시 하우스 쉐어할 사람을 어케 구해바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