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미래가 공포
간만에 청소를 하려고 나름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서걱하고 발가락에 유리 파편이 박히더니 (체감상) 피가 철철철 났다.
그간 웬갖 유리 내지 사기 제품들들을 다채롭게도 깨먹었던지라,
유리 제품 깨먹을 때 마다 물티슈로 여러번 뽀각거리게 닦고 치운다고 치웠는데 일부 남은 파편들이 있었나바.
시발시발거리면서 연고와 밴드를 찾아 헤매는데
정말 거짓말같이 서걱하고 발바닥에도 '또' 유리가 박혔다.
다행인지 이번엔 파편이 엄청 작았지만,
이것 참 어디 마음놓고 집을 걸어나니겠냐 말이야.
뿐만이야,
아침에는 냉동해둔 밥이 떨어져서,
일전에 뭐 사다가 사은품으로 받은 냉동 볶음밥 해먹었는데,
유효기간이 2019년 3월까지였음.
냉동실에 웬만한 음식들은 최소 6개월은 유통 기한 지났음.
냉동이라 괜찮을 것 같아 그냥 먹었는데,
볶음밥 먹으면서 후라이팬에 무릎이 데여서 2도 화상 먹음.
(집이 좁아서 식탁이 없어 마루에 조끄만 밥상 펴넣고 먹는다 말이야)
시발시발 거리며 다시 연고랑 밴드 바르는데
연고 유통 기한은 무려 2018년 6월까지 였음.
집 바닥에는 유리 파편이 그득하고,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식재료들이 그득하며,
그나마 연고 및 해열제 등 각종 의약품들도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나서 약인지 독인지 알게 모람.
.....
어제는 생각난 김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다시 보았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넷플릭스에 있더라구.
원래 나는 책이든 영화든 뭘 봐도 좀처럼 생각이 잘 나지 않으므로
영화를 다시 봐도 새로 보는 것 처럼 흥미롭게 봏 수 있다는 단점인지 장점인지가 있다.
여튼 이 영화도 줄거리가 뭐였는지 가물가물하며 봤는데 영화 보면서 엄청 울었다.
20대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혹시 마츠코처럼 될까바 걱정이 되면서도 설마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보다 나이도 몸무게도 생활 방식도 관계도
훨씬 더 마츠코의 삶에 가까워져 있다는 점에 참으로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도 마츠코처럼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거라고 생각하니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 나의 미래라 생각하고 보고 있자니 정말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었다.
마츠코의 삶이 지척이다. ㅠㅠ 혹시나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될 줄이야.
부상과 질병의 위험 요소가 도처에 도사리는 집안이라니,
쓰레기로 그득그득한 마츠코의 집과 그닥 다를 바가 없다.
왕래하는 사람도 없고, 뚱뚱하고 다리 절고 잘 씻지도 않고,
마츠코처럼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나서,
영화에서 마츠코의 조카가 그랬던 것처럼
울 조카도 내 유류품을 정리하면서 그래도 나의 삶을 한번쯤 반추해줄까.
아흑흑흑흑.
매년 년초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 삶이 얼마나 더 마츠코에 가까워졌나 반성하며 살아야 그나마 좀 나아지려나. 아흑흑.
하도 울어서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안떠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