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사람들
1.
나는 기분이 정말 안 좋거나 불안해지면
내가 조아하는 사람들 중 잘 살 것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연락해서 투사하는 경향이 있음.
(싫어하는 사람들은 안됨. 잘 사는 소식 들으면 배만 아픔.)
물론 그 사람들의 실제는 잘 모르고
순전히 나의 인식이기 때문에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잘 살 것만 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금 안심이 되는 그런게 있음.
2.
택지를 구매해서 자가 주택을 지을 생각으로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던
정팔이는 주택을 지을만한 택지는 잘 안보이고
자꾸만 커가는 애 셋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에는 최근 구축 40평대 아파트를 구매해서
반셀프 시공으로다가 어마무시한 비용절감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올해 초 이사를 해따.
몹시도 추운 겨울 약 2~3주간 이루어진 인테리어 공사 기간 동안,
나처럼 혼자도 아니고 무려 애 셋을 동반한 살림살이들을 건사해가며 완공을 한 그 집은 엄청 조음.
사실 그 전에 살던 아파트는 25평이었는데 아무리 구축이라 넓게 빠졌다지만,
애들이 커나가면서 다섯식구 살기에는 솔직히 무리이기는 했는데,
새로 공사한 아파트 넘 좋음.
비록 주택은 아니지만 흔한 아파트 인테리어가 아니라
정팔이의 갬성이 곳곳에 들어가 있는데다
구축 40평대로 앞 뒤로 길고 넓게 빠진 베란다가 특히 넘 부럽.
넓디넓은 정팔이네 아팟트 늠 부럽.
역시 구축 인테리어가 좋은 듯.
3.
최근에는 예전 회사 노조위원장 하던 사람을 만나 간만에 술을 먹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 다섯 손가락에 드는데,
단순히 논리적 사고력이 뛰어난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능이 엄청 높아서 대범하게 처세를 잘함.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자만심이 높거나 오만한 경우가 많은데
이 냥반은 그렇지도 않아서
내가 또 워낙에 이런 사회적 지능이 좀 부족하다보니 이런 사람들 보면 꽤 존경함.
게다가 이 냥반은 그렇다고 인품이 되게 훌륭한 그런 편은 아니다보니
좀 더 현실성이 있어서 친근감까지 겸비하였더랬다.
사실 여튼 꽤 규모가 큰 공공기관 노조위원장 오래 하면서
상급단체 노총 지역위원장도 하고 지역정치인들까지 뭐 이래저래 하면 더욱 오만해질 수 도 있는데
노조위원장 관두고 나서 평사원으로 돌아가서
(비록 예우차원에서 일 안하고 한직인 대학 파견직으로 보내졌지만)
자기 살 길 찾으려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고
나에게도 일단 최대한 버티고, 전문대 강사라도 하게 열씸히 찾아봐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아니, 이런 사람도 이렇게 부지런히 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일단 직장일을 안해도 되는거잖아...)
나도 열씨미 살아야지 했따.
4.
그 와중에 내가 진짜 빡치는게,
내가 예전 회사에서 팀장으로 모셨던 사람이
이 냥반이 진짜 실무적으로도 매니저로도 실력도/능력도 없고
유일한 능력이라면 뺀질뺀질한 외모와 말빨이었는데,
이 사람이 씨바...최근 마소 코리아도 아니고 아시아태평양리전 VP사장으로 갔다는 소식 들었음.
아오. 빡쳐.
근데 이 냥반이 전에 마소코리아에서 일한적도 있느데
그때 진짜 일 넘 못해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상황이다가
N모 게임사에 높은 직급이로 이직했다가 이번에 마소 아태 vp로 간거야.
아. 씨바. 진짜.
5.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공뭔 안 갔던게 지금 생각하면 아마 돈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공뭔 갔으면 몇년 일하다가 국비 유학 갔다와서
영어도 지금보다 훨 잘했을 것 같고
지금쯤 훨 더 높은 연봉 받고 로펌 전문위원으로 가서
내가 원하는 전문성 유지하면서도 따땃하게 노후 보냈을 것 같음.
역시 인생은 길게 봐야 하는거였음.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