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약 투어 스타트
1.
헬스장 다녀와서 간단히 아침 먹음.
세일하길래 적양배추 첨 사봤는데
보라색 음식은 그닥 맛있어 보이지 않는구나.
양배추는 가급적 적색말고 흰색을 사는게 두루두루 쓰기 좋은 듯.
닭가슴살은 냉동 제품을 해동 후 월계수잎과 통후추 넣고 직접 삶은 후 쪽쪽 찢어서 맛소금간 한 거.
당연히 맛은 없지만 먹을만은 하다.

오늘은 트레드밀 속도를 4까지 올리고 경사도도 0.5프로 정도 두었는데 할만했다.
다음주 정도면 수술 전 페이스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
2.
병가 중 소일거리 점약 투어의 스타트를 끊기 위해 약속 장소인 잠실로 가려고 집근처 정류장에서 마을 버스를 탔다.
버스카드를 찍었는데 단말기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라는 소리가 흘러나와 멈칫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라도 대중 교통 안에서는 착용해야 되는데 깜빡하고 마스크를 안 가져온 것이다.
이걸 내려야 되나 싶어 어영부영하고 있으니 기사님이 마스크 없으면 내려야 된다고 해서 내리던 중에 ,
기사님이 버스비를 돌려준다 했는데 동전통에서 동전이 잘 안 나오고 해서 우왕좌왕하는 중에
덜 떨어진 내 모습을 보다 못한 승객 중 한 분이 여기 마스크 한 장 있어요...하면서
여분의 마스크를 내 주셔서 간신히 버스가 출발했따.
승객 분에게 마스크 값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현금이 엄서서 어떻게 드릴까요 했더니, 괜찮다고 하셨따.
심지어 마스크도 도톰하니 두께감이 있는 좋은 마스크였어. (나는 맨날 언니가 병원에서 가져온 덴탈 마스크를 이삼일씩 쓰곤 했는뎅)

여튼 의도치 않았더라도 나로 인해 버스가 출발 못하는 와중에
자신의 마스크를 내어 준 이름모를 승객분은 물론이요
친절히 안내하고 버스비 돌려지려던 기사 분과 인내심을 가지고 짜증 한번 내지 않고 기다려 준 일군의 다른 승객 분들 모두 어찌나 감사하던지
어제의 볼쌍사납고 품위없는 주차시비 드잡이로 인해 입은 마상이 한 큐에 내려가는 참으로 훈훈한 경험이었다.
3.
오늘의 점약은 지금은 쿠팡에서 근무하는 두번째 회사에서 알게 된 A씨(남)이다.
두번 째 회사에서 3~4년 정도는 같이 근무를 하면서 나름 친하게 지낸데다
비슷한 시기에 이직을 한 공통점도 있고 해서 이직 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A씨가 작년에 다시 쿠팡으로 이직을 했고 그떄 평판 조회 같은 것도 해주고 그랬는데,
자리 잡으면 맛난 거 사주겠다 했는데
막상 이직하고 나서는 연락이 딱 끊기고 근황이 궁금해서 전화해봤더니 없는 번호라고 나와서
겁나 황당해하며 마음속으로 손절 쳤었더랬다.
그런데 의외로 올해 초에 전화가 왔고 그때 내가 웬지 손절 친 티가 나게 전화를 받은게 맘에 걸렸던 차에
잠실이라 가깝고 쿠팡 분위기는 어떤지 내가 갈만한 자리가 있는지 등등도 물어볼 겸해서 점약을 잡았다.
밥은 당연히 그 냥반이 소고기를 샀고 연봉은 잘 받고 갔냐 등등의 애기도 무난히 했는데
막상 자리를 마치고 나니 뭔가 찜찜해.
예전처럼 솔직하게 대화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들고 A씨가 뭔가를 숨기는 기분이 들었다.
왜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지도 애둘러 물어보았는데 어물쩡 넘기고 말이지...
아니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해보노라면 나의 점약 의도를 뭔가 오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오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말하고 다닐 것 같은 느낌...
아니 그것 뿐만은 아니고 여튼 뭔가 좀 찜찜해.
이게 나만의 느낌인지 실제로도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뭔가 찜찜하다 싶으면 대부분 일이 생겼던 경험이 생각나 찜찜함의 악순환 중.
스타트가 마냥 가뿐하게 끝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점약 투어는 계속됩니당.
오늘 얻어먹은 소고기. 그래도 소고기는 언제나 사랑입니당.

4.
A씨가 밥을 사고 근처 할리스에서 내가 커피를 샀는데
그 냥반은 일하러 들어가고 나는 여기서 계속 있다가 다음 일정인 미용실로 바로 이동 예정.
일단 집에 들어가면 매우 높은 확률로다가 소파에 누워서 겔겔댈 것이 명확하므로
최대한 밖에 있으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는 잠실몰에서 쇼핑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헬스장 깄다가 점약까지 하고 나니 이미 기력이 소진되어 이 이상의 바깥 활동은 무리다.
(물론 헬스장 다녀와서 집에서 한시간 정도 겔겔대다 나왔지만)
할리스에서 책이나 읽다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