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3. 7. 13. 18:32
1. 퍼시픽 림

왕십리 CGV에서 아이맥스 3D로 바따.
내가 요 몇년간 본 영화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번도 안 졸고 완전 집중해서 바따.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응답하라 1997처럼 중년층에 막 진입하여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문화 생활에 대해 소비를 할 줄 아는 계층을 관객으로 타겟으로 기획된 영화가 아닌가 한다.
어렸을때 괴수 대백과 사전이나 일본발 특촬물에서 봤던 지금 생각하면 조악하기 짝이 없던 영상물들이 실사로 간지나게 뽑혀져 나오는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듀나가 말했던 것처럼 실사라는 걸로 묶이기에는 트랜스포머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장르 영화 치고는 시나리오도 괜찮은 것 같다.

아이구. 재밌어라. 별 네개.

2. 봉준호

헐리우드 자본과 합작한 봉준화 감독의 신작이자 대작,
설국열차의 온라인 마케팅이 시작된게 아마 7월초,
바이럴은 그 보다 1~2주쯤 전에 이미 시작된 듯 하고..
이번주부터는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감독, 배우들 인터뷰도 시작하고 하더라.
개봉이 8월1일이고 보통 개봉일 2주전부터 공중파 홍보하는게 관행은 관행인가보다.
봉준호 감독은 십여년이 넘게 나의 이상형이었다.
영화가 재밌기도 하지만,
봉준호 감독 DVD는 모두를 세네번씩 돌려모며 감독 코멘터리를 듣고 있지만, 이 사람의 말하는 톤, 사고, 일하는 방식 등등 어느 구석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게 없다.
근데 이번에 언론에 노출된걸 보자니 지난 세월만큼이나 붙은 나이살만큼이나 좀 넉살이 좋아져서 약간 매력 반감.
에전에는 좀 더 수줍은 선비같았는뎅.
여튼 몹시 기대되요. 설국 열차.

3.

퍼시픽림 보러 극장에 갔더니 생일이라고,
팝콘 라지와 음료 2잔으로 구성된 콤보 쿠폰이 딸려나왔다.
혼자 왔는데 정말 곤란했지만,
더욱 슬픈 것은 이번에 안 쓴다고해도 다음에 또다른 누군가와 다시 영화를 보러 올 일은 없다는 것을 너무나 명백히 알기 때무에, 분명 남길 것이 명백함에도 쿠폰 쓸 수 밖에 없었다.
팝콘 라지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고,
음료 두잔은 부지런히 해치웠다고 생각했는데,
각각 남은 양을 합쳐 보니 음료 하잔이 채워졌다.
생일이 있는 달마다 이런 황망한 경우를 당하던게 벌써 몇년째더라. ㅜㅜ

인증 샷.



4.

어디서 들었는데,
오늘이 초복이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영화관 아래층에서 삼계탕 꺼리를 사와서,
압력밥솥 만능찜으로 돌렸더니만,
오오..이런 그럴듯한 비주얼이.





물론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하는 것은,
<요리>가 아니라
<조립>이다

5.

간마에 한강변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한강 갈때마다 느끼는 건데,
다들 어찌나 끼리끼리 나와 재밌게 노는지,
산책하면서 걷는 피지컬한 건강적 효용보다는,
끼리끼리 노는 거 보면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큰거 같다.


어쩜 그리 연령대도 솜털이 보송한 중고딩부터 늙수구레한 장년/노년층까지 어찌나 다양하고 사랑을 하는 방식들도 다양한지.
밤이 깊을 수록 그 행태는 더욱 다이나믹해진다.
나는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와서 히히덕 거리는 사람들 꼴보기 싫어서 후미진데로 다니는데 웬만큼 후미진 곳곳마다 커플들이 진을 안 치고 있는데가 없다.
그냥 모텔을 가등가...!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량한 노처녀 히스테리지만.

6.

한강에 가려고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신호등을 기다리던 수십명이 한 사람에게 꽃혔는데,
그녀는 사람나이로치자면 한 초딩말이나 중딩쯤 되보일법한 새끼 시베리안 허스키를 목줄로 유유히 데리고 다니던 여자였다.
정말 신호 대기하던 모든 사람들이 눈길이 그녀에게 꽂혔기에, 남지를 만나려면 역시 시베리안 허스키나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키워볼까 하다가..
좀더 자세히 본 그녀는 정말 긴 생머리를 모자로 푹 눌러썼고 긴 원피스에 짧은 자켓, 군화를 믹스매치한 몹시도 여리여리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시베리안 허스키 백마리를 키워도 다 소용없겠구나 하고 수긍했다.

7.

퍼시픽 림 보러 갔는데,
내 왼쪽 오른쪽 모두 혼자 온 남자들이 각각 앉아 있었따.
순전히 음료가 두잔인게 너무 귀찮아서 한잔은 둘 중 하나 주는게 어떨까 잠깐 생각했는데, 먼 오바냐고 집어치웠는데
영화가 시작되자, 왼쪽에 앉은 남자가 내 옆에서 한칸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말 남은 음료 하나 줬으면 개쪽 당할뻔 했다.
친절을 배푸는 것에도 자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