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1.
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이상하게도 몹시 피곤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조느라고 일을 거의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원인 알 수 없는 몹시도 심각한 컨디션 난조였다.
거의 정신줄을 놓고 몇개쯤은 일을 망치고서 몇몇은 덮어두고 몇몇은 들통나고,
어찌어찌 간신히 한주를 보내고
이번주에는 운동도 가지 않고 작정하고 딩굴거렸다.
심지어 바로 앞 언니네 집으로 밥도 먹으러가지 않았다. 그나마 방학이라서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틀을 딩굴대고 일요일 저녁이 되서야 간신히 정신이 드는고마.
난 정말 멍때리고 딩굴이 체질인 것 같다.
적성에 안 맞는 회사 다니느라 너무 무리하고 사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육아랑 살림하면서 회사까지 다니는 수많은 Working Mom들이 새삼 너무 대단하다 싶다.
2.
딩굴대는 동안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열두권을 빌려서 주말 동안 여섯권이나 읽었다.
히가노시 게이고를 포함한 일본 추리 소설 두 권과,
(히가노시 게이고 이 양반은 작품이 정말 화수분이다. 웬만한 건 다 읽었다 싶은데도 항상 안 읽은 작품 한 두권이 발견된다 말이지)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 않는 에세이류를 네 권이나 읽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의논을 할 사람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차 말해왔듯 나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남들에게 휩쓸려서 흘러가며 살아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매우 서툴다.
가뜩이나 서툰데 주변에 사람까지 줄어드는 반면,
나이가들어가면서 당면한 문제들은 더 복잡하고 심각해지다보니 공황장애가 오는게 아닌가도 싶다.
여튼,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생각하는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내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자꾸 에세이류들을 보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빌린 에세이들은 (1) 혼자하는 여행에 대한 것 (2)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것 (3) 노년에 대한 것이다.
아....... 빌릴 땐 몰랐는데 이렇게 분류하고 나니 애잔하기 짝이 없고만.
여튼 뭐가 됐듯 에세이에서 하는 애기들은 결국에는 대동소이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살라는 것이다.
여행 못지 않게 인생도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서 잘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인생이 그냥 살아진다고 살아지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요새 좀 많이 들었다.
혼자 살아서 더 그런 듯. 정말 큰 일이긴 한데 이젠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되버렸으니,
좀 부지런히 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좀 든다.
그래봤자 마흔 평생 살던 버릇이 뭐 크게 바뀌겠냐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