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9. 7. 7. 10:31

1. 

회사에서 공짜로 표가 생겨서 서울에 집을 짓겠다는 원대한 칭구랑 건축 대전을 갔다.

생각보다 볼만한 건 별로 없었고 왕골 쓰레빠나 도마, 폴란드산 핸드메이드 코스터 나부랑이 등의 소품을 사왔는데, 

다 맘에 들었다 .훗훗.

장장 2시간에 걸친 건축 대전 관람을 마치고 동네 커피빈에 일하러 갔는데 

너무 지쳐서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한시간 정도 자고 한시간 정도 책읽다 별다른 소득없이 돌아 왔다. 

 

오천원 주고 산 왕골 쓰레빠! 완존 개 시원!

 

2. 

헛헛한 마음으로 안주거리로 치킨과 치즈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서 술상을 차리는데, 

언니에게 조카 저녁을 챙겨달라는 전화가 왔다. 

어찌 할까 하다가 치킨을 나눠먹기로 하고 집에 밥은 없으니 햇반을 들고 우리집에 보내라 했더니만,

언니의 연락을 받고 우리 집으로 온 조카는 햇반이 아닌 빈 그릇을 들고 와서 그건 머냐 했더니

치킨을 싸 주면 집에 가서 혼자 먹겠다고 하더라구.

아니..이모된 도리로 조카 혼자 밥 먹게 할수는 없어서 그러라고 하고 치킨과 치즈볼을 싸들려서 보냈지.;;;;

울 조카는 워낙 혼자서 잘 지내거덩.ㅋ

하지만 저녁을 먹고 나니 역시 걱정이 되서,

어제 사둔 복숭아를 들고 비척비척 언니네로 갔더니,

조카가 웬일이냐고 그래서 어어어...하고 있었더니 걱정되서 왔냐고 하드라구. ㅋㅋ

그래서 그렇다...하고 복숭아 깎아 먹이고 거실에서 조카랑 딩굴딩굴 대며 이런저런 애기를 했지.

이를테면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철도 이야기라덩가,

잘나가는 유튜버와 유튜브의 수익 구조에서 현대 정치 체계의 문제점과 끝말잇기를 비롯하여

광범위한 애기를 나누는데, 참 좋더라.

조카는 5명과 1명의 생명이 달린 철도길에 대한 선택의 문제에서,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AI가 다 결정해 주므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_-;

참고로 울 조카는 초딩 4학년임. ㅎㅎ

어쨌든 나는 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술을 먹거나 혼자서 딩굴딩굴 대는데,

남들은 이렇게 도란도란 내지는 알콩달콩하게 애기들 혹은 배우자와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내 삶의 덧없음과 쓸쓸함이 더욱 체감되었따.

여튼 이런저런 애기 하다가 조카 재우고 얼릉 집에 갈 요량으로 불끄고 자자...라고 했더니

조카 왈, 정리를 좀 하고 자자,

과일 깎아 둔거 그대로 두면 날파리가 꼬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이대로 자면 아빠가 실어할 것이다, 

자기가 거실을 키울 테니 안방이랑 작은 방 이불 정리를 좀 해달라고 하더라.

오오....옮은 말이기에 군말없이 네네...하며 이불 정리하고,

식탁에 그릇들 개수대에 넣고 음식물 쓰레기 따로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했는데,

조카가 설겆이도 해야 하지 않겠댜고 하길래,

그것만은 못한다..며 당당하게 애기했지.ㅋㅋ

그러더니 알겠다며 자기는 씻고 자겠다고 욕실 가서 샤워도 하고 오는거야.

아니....진짜 나보다 훨씬 낫더라구.

이모된 도리로 어른된 도리로 나의 쓰레기같은 라이프 스타일에 정말 반성 많이 하며, 

집에 와서 산더미같은 설겆이 거리와 먼지 구덩이를 외면하고 씻지도 않고 잠이 들었다. 

다시 한번 반성합니다. -_-;

 

3. 

칭구랑 함꼐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침 7시에 칭구와 올팍에서 만나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브런치를 먹고 고단했던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어찌나 좋던지. 

역시나 마음맞는 칭구와 시간을 보내는 걸 난 정말 좋아하는 듯.

 

4. 

올팍 라이딩과 브런치를 끝내고

바로 일하러 동네 스벅에 옴.

아. 이렇게 또 주말이 가는구나.

 

스벅에서 생일 쿠폰을 줘서 젤 비싼 것으로 추정되는 아몬드 모카 프라프치노 시켰는데, 

젠장. 넘 달어. 도저히 못 먹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