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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물미역 2016. 7. 24. 14:22

1. 지적 노동


150페이지짜리 원고를 퇴고하는 일은

150페이지짜리 원고를 쓰는 일보다는 비교도 안되게 가뿐할 일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찮게 힘든 일이었어.

난 금, 토, 일 3일동안 세번은 퇴고할 줄 알았거덩.

근데 아직 첫번째 퇴고도 못 끝냈어. 이제 겨우 30페이지째야.

배도 금방금방 고파오는 거보면 정말 노동이라는 말이 딱 어울림.

논문을 쓰면서 확실히 깨달은 거 하나는 한 자리에서의 내 집중력은 최대 3시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 집에 가고 싶어.

하지만 집에 가면 드러눕겠지.

드러누우면 잠이 들꺼야.

깨보면 저녁이겠지.

망했다는 생각으로 영문 초록 따위는 아예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는 참사가 생길지도 몰라.

아무리 봐도 학문은 나의 길이 아니야.

근데 왜 나는 박사를 갔을까?

아. 글치. 애가 없어서 박사를 갔지. ㅜ.ㅜ


2. 10cm


겁나 논문쓰고 있는데 옛날 회사 칭구가 뜬금없이 10cm 공연 사진을 보내왔다.


웬 10cm냐 그랬더니, 자기 지금 올팍에서 공연 보고 있다고. ㅜㅜ. 그것도 무려 딸래미랑 공연보고 있다고. ㅜ.ㅜ

나도 10cm 엄청 좋아하는뎅.

한동안 물리적 정신적 여유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없어서 이런 공연 보러 다닌지도 정말 오래됐다.

정말 어디 동호회라도 들어야 하나 보다.


3. 영화 감상


최근 틈틈이 본 영화 감상.


(1) 부산행 : 별4개


장르 카피에다 흥행 공식의 조립품일 뿐인 기획 영화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은 좀 반성해야 된다.

뻔한 장르물과 기획 공식이야말로 레퍼런스 투머치에다가 지루해지기 쉽상이라 더욱 만들기 어려운 법인데,

이렇게 몰입도 높은 고퀄의 한국형 좀비물을 뽑아낸 건 정말 굉장히 잘 한거고 분명히 힘든 거다.

(해운대, 타워 등의 비슷한 기획 영화들을 생각해보라.)

이 영호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

기획영화 재밌어하면 자기 품격 떨어지는 줄 아는 위선자들이거나 뭐든지 동양보다 서양이 낫다는 사대주의자들 내지는 숭미주의자들.


(2) 굿바이 싱글 : 별2개


너무나도 나이브하고 안일한 시나리오를 김혜수와 마동석의 눈부신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근근이 버텨내기에도 역부족이라 배우들이 아까웠다. 배우 낭비의 전형적 사례. 어쨌든 정자은행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는 중. 이제 마흔이 넘었으니 엄마 아빠도 괜찮아 하지 않으실까나.


(3) 비밀은 없다 : 별 2개


공효진이 주연했던 '미스 홍당무'를 만든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라 완전 기대했었는데 별로였다.

블랙코미디물인 미스 홍당무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던 뭔가 낯설고 불안정한 느낌이 장르 자체가 긴장을 깔고 가는 스리러물로 옮겨지니까 뭔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감독은 여자인데 여성성에 대한 뭔가 애정과 혐오가 엉켜있는 복잡 미묘한 여성관이 뚜렷한 듯 하건만 그 주관이 작품에 배어나는데 뭔가 좀 기분이 나쁘다.



논문쓰자. 논문써.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