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4. 4. 14. 19:52

돌이켜볼수록 거의 로또 맞은 수준의 기회였는데, 왜 날렸을까 싶은 것이.....

 

그냥 아무생각없이 무조건 갔어야 했는데,

원래 무조건 갈 생각이었는데

상사들이 잡고 내가 한 일에 대해 아쉬움이 남고 하다보니,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실체가 없는 이유들를 자꾸 만들어내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애기하다보니 실체가 있는 것처럼 나도 착각하고.....

 

버스가 떠난 뒤에야

남았을 때의 장점들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을,

더불어 이직했을 때의 장점들은 더더욱이 강한 실체와 존재감을 가지는 것을,

그 존재감이 내 머리속 뿐 아니라 엄마/아빠를 통해서, 옛날/지금 회사 사람들을 통해서

더더욱 강한 생명력을 얻고 있는 것을

황망히 보고 있자니 정말 살 의지가 사라진다.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분명 이직하려고 했는데

왜 허망하게 다른 사람들 말에 휩쓸려서 이직 사실을 번복한 내 자신을 용서를 못하겠고.

이런 병신이 있나...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내 한계는 자꾸만 보이고

모든 가능성의 문은 닫힌 것만 같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회사 다니는 하루하루가 치욕스럽고,

생활이 완전 덜컹거려서 논문도 학교도 올스톱.

아무것도 못하고 술먹거나 누워서 울거나 멍하니 TV만 보거나.

사람 만날 생각도 안들고, 인생에 낙이 없다.

그 좋아하던 책도 영화도 손에서 놓은지 벌써 수개월인데 챙겨볼 의욕이 들지 않는다.

다 의미가 없게느껴진다.

 

그나마 이렇게나마 소회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이제까지 비교적 평탄했던 내 인생이 어쩌다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이 회사도 관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확실히 배운 것은

 

남자 믿지 말자

자만하지 말자

남들 좋다고 하는게 좋은거

엄마아빠말은 다 맞는거

처음 생각한 게 정답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