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1.
봄을 맞아 옷을 좀 사려고 몇 주간 백화점이며 복합 쇼핑몰 여러곳을 돌아다녀봤는데
일단 내 몸은 남루하고 물건은 너무 많아서
도통 뭘 사야할 지 모르겠어서 두세시간 정도 헤매이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이
아무런 소득없는 시간낭비 에너지낭비인 것 같아 매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작금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는 합리적 판단하에
퍼스널 쇼퍼를 알아보았는데 동행해서 두시간 정도 같이 쇼핑을 해주는데 무려 20 만원내외가 들더라구.
아니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결혼식 같은 뭐 큰 행사 앞둔 것도 아니고 고작 일상복 사는데
이건 너무 과한 것 같아서 관두었어.
게다가 결과물의 퀄리티라는 것도 도통 장담할 수가 없는건뎅.
이것이 내가 항상 허름하게 다니는 이유다.
2.
버는 돈에 비해 쓰는 돈은 없다보니 돈을 어떻게 굴려야할지 도통 고민이다.
예금 적금이야 착실히 들어왔지만 아니 요 몇년간 초저금리가 계속되고
코인이며 주식은 무자게 오르고 돈은 또 무지하게 풀리다보니
예적금의 동인을 잃어버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게 수년째.
누가 좀 알아서 자산 관리 좀 해주면 좋겠는데 싶어
이 또한 전문가의 지식을 빌리자는 합리적 판단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무료 재무 컨설턴트들을 여러 경로로 만나봤는데
다들 뭔가 조금씩 맘에 안들어.
해외 달러 보험이랄지 펀드랄지 연금 보험이랄지 하는 것들이 뭔가 신뢰가 안 가.
그렇다고 직투를 할 정도로 대범하지는 못하고.
그래서 내가 아직 근로 기간 및 소득 대비 자산 상태가 이모냥 이꼴인 것이다.
3.
작금의 패션과 자산 관리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정말이지 인생에서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보고자
나름 합리적 판단을 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거만,
정작 제대로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고 지지부진하게 지속될 뿐이었다.
PT 처럼 일부 개선의 있더라도 거의 대부분 원래의 문제 상황으로 돌아온다.
어떤 상황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튼 나는 내 문제들을 방치하진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의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누구에게?
그러니까 걸핏하면 자존감 내지 Love your self 운운하는 일군의 사회문화적 대중적 인식 전반에 대해 아닌가 싶다.
요즘 애들은 정말 좀 유난이고 과시적인 것 같다.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흠흠. 여튼 나는 나름의 최선을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 근간은 나 자신의 대한 깊은 애정에 기반한 것이다.
4.
몇주 전에 좀 미친 짓을 했다.
사실 별일 아닌 것일 수도 있어서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지내려고 했는데
안하던 짓이라 그런지 자기혐오가 극에 달해서 평소 하지 않던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따.
블로그 포스팅 처럼 평소 꾸준히 하던 일에 아무런 흥미와 의지가 생기지 않기도 하고
평소에 별 관심없던 일에 집착하기도 했지.
심지어 재택 하면서 술을 먹기 시작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더니 심지어 점심에 술을 먹기도 했음.
물론 근무 시간중인데도 말이다.
내 스스로도 이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멈추기 힘든 그런 이상 행동들이 몇 주간 지속되다
이제 조금 잠잠해졌다.
동거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이상 행동을 반복하진 않았을텐데
혼자 살면서 스스로를 통제해나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봐, 통제란 걸 안하잖아. 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