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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게 아닌가.

물미역 2019. 4. 2. 21:48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간만에 악보 보면서 계명 익히느라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40대 중년 아줌마 붙들고 계명 불러주는 앳된 피아노 선생에게 괜히 미안했다.

칼퇴근해서 회사 근처 피아노 학원 가서 등록하고 레슨 받고

만보 채우느라 지하철 2정거장 걸어서 집에 오니 9시가 넘었는데, 

10시부터는 영어 수업이 있어서 그거 때문에 영어 작문 준비하면서 생각하다보니

영어 수업 끝나고 11시부터는 독서 클럽 독후감을 써야 해서

집에 와서 소파에 잠깐 누워있을 시간도 없고 집안은 엉망진창이고 한게

내가 뭔가 약간 미친게 아니고서야 왜 자꾸 이거저거 하고 다니는지 위화감이 훅 몰려와, 

영어 작문 나부랑이 때려치고 역시 징징대는 중이다. 

게다가 그 이것저것들 중에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것이야말로 슬픈이이라 아니할 수 없는데


1. 일단 회사를 다니는데 회사 상황 생각하니 참으로 깝깝할 뿐이며, 

2. 박사 논문을 쓰....기 보다는 일단 압박에만 시달리는데 도통 진도가 안나가. 그래도 꾸역꾸역 한달에 한번은 교수님 찾아뵙고 있고 교수님은 항상 잘 하고 있군이라는 피드백만 주셔서..;;;;

3. 영어 과외를 한시간씩 일주일에 2~3번은 하는데 도통 만족스럽게 늘지를 않아. 할때마다 깝깝하지. 이 영국 할머니는 어쩜 그리 말이 많으신지. 그런데 할머닌데 IT 역량이 매우 뛰어나서 완전 깜놀.

4. 알바도 2개 더 생겨서 총 4개 돌리는 중이인데 아이고,  덜컥 원고 쓰겠다고 하지를 말았어야 하는데, 막상 쓰려니 또 막막하다.  그래도 소중한 고객님들이 찾아주시는데 이걸 마다할 수는 없고.쩝.

5. 일주일에 한번씩 상담 받으러 다니지만 누차 썼다시피 상담쌤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 받고.

6. 한달에 2번 정도 독서 클럽 하긴하는데 영 겉도는 느낌에다 

7. 격주로 병원 다니지만  약먹고 해도 빈혈 수치는 꿈쩍도 안하다 말이지.

여기다가 일주일에 한번 피아노 레슨+2번 정도 연습 시간이 더해질 참인건데

바이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야. 

이 와중에 몸은 착실히 불어가고만 있고.

뭐 하나 인생에서 제대로 굴러간다는 느낌이 드는게 하나도 엄는데

이렇게까지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으면 역시 내가 문제야. 내가.


그래도 지난주에 가족들이랑 경주로 벚꽃 투어 다닌 건 참 좋았지.

이번주엔 칭구랑 여의도 벚꽃 호킹스닷! 데헷헷.


어쨌든 인생에서 마지막 순간이 올 떄까지 부지런히 시간은 때워야하니 그냥 꾸역꾸역 사는 거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