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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건 포기하기

물미역 2016. 5. 9. 09:03

우리 팀원 중 한 명은 상습적으로 거이 매일 10분 내외로 지각을 한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출근해야 하기 떄문이다.

그래도 잘 이해는 안간다.

어린이집 데려다 주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일찍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거지.

나도 울 조카 어린이 집 데려다 줄때가 종종 있었지만 지각하지는 않는다 말이지.

팀원들이 어쩌다 한번,

이를테면 길이 막혀서라거나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한다고 연락이 올 때는,

는는 외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애기하는 '좋은' 팀장이다.

(반면, 나는 거의 지각하지 않지만 어쩌다 지각한번 하게 되면 마음이 엄청 불편해짐)

그런데 이렇게 거의 매일 늦는 것은 곤란하다 말이지.

 

내가 워낙 시간에 강박이 있는데다가,

팀장으로써 기본적인 규칙은 지키도록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은 주의를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여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게 고맙다는 훈훈한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각하는 습관은 고쳐지지 않는다.

 

어떤 팀원 한명은 자꾸 데드라인을 어긴다.

그래서 내가 일정은 바뀔 수 있지만 바뀔 때는 반드시 나랑 사전 협의를 하라고 10번쯤 애기했는데,

사전 협의도 안 한다.

그리고 데드라인을 어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데드라인 어긴 것을 지적하면 팀장님이 기억하고 있을지 몰랐어요..라고 그런다.

 

 

예전같으면 이건 기계적인 영역,

지각은 기본적인 규칙이고 규칙을 지키지 못할 때는 바로잡아줘야 하는게 팀장의 일이고,

그러니까 주의를 준다라는 싸이클을 불편한 마음으로 돌리고 있겠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원래는 잔소리 하기 싫지만 기본적인 것을 안지키는 것에 대해 잔소리 안하면

팀장으로써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등.

 

그런데 이제 좀 생각이 바뀌었다.

 

지각 좀 하면 어때. 매일매일 좀 늦으면 어때.

일 잘하는게 중요하지 뭐. 너무 팀원들에게 많은 거, 이를테면 나와 같은 태도나 처신을 바라면 안된다는 것을

팀장 생활 4년째에 깨닫는다.

 

팀원 4명 중에서 2명은 내 기준에서는 태도가 불량하여 주의를 주었는데,

몇 번 언쟁을 하고 나서 종국에는 애들은 울었고 결론은 서로 관계도 좋아지지 않았다.

나는 야단을 치고자 한 것이 아니고 그냥 서로 오해하는 면을 풀려고 하는건데,

애들은 그들이 느끼는 내 잘못,

이를테면 본인들이 잘못한게 없는데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였다라는 사실을

내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절망감이나 억울함을 느끼고 우는 것 같다.

 

일단 애들이 울면, 나는 몹시 당황해서 무조건 내가 잘못했고 미안하다고 그럼.

근데 뭐 이게 얼마나 웃긴 일이냐.

매번 언쟁하는 일들은 태도에 관한 거라 별 것도 아니거덩.

 

머리 굵은 애들 바뀌길 기대할 수도 없는 거고,

사람마다 스타일 다른 거고, 4명 중에 2명 정도가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거지.

 

다만, 내가 팀과 팀원들에 직장으로써의 책임감을 넘어서는 과도한 애착과 집착을 가지고 있다보니,

팀원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많아지고 그랬던 것 같다.

 

워낙 회사를 동아리 생활하듯 다녔었어서.

 

비지니스적으로 만났으니 일만 잘하면 되지 뭐. 

말도 없이 지각하고 일정 어기고 허구헌날 칼퇴근에 이거 좀 고치라고 하면 저는 안고칠 거에요..팀장님이 포기하세요..라고 말하긴 하지만

다들 일 잘하고 열심히 해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핫핫핫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