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21. 4. 3. 20:36

피아노를 사따.
원래 아주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지만
짐 늘어나는 것도 싫고 사면 어차피 안칠게 뻔해서 피아노를 살지 말지 5년쯤 고민하고
어떤 모델을 살지 3년쯤 고민한 끝에 모델을 정하고
어디서 어떤 경제 수단으로 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1년쯤 고민한 끝에 오늘 마침내 최종 결제를 하려던 판국에 신모델이 나온 걸 알게되서 막판 고민으로 폭풍 검색하다 집근처 악기점에 가서 여러 모델들의 건반을 대충 눌러보고 나서야 타건감에 글케 드라마틱한 차이는 엄서서 걍 원래 사려던 걸 사따.
철저한 시장 조사 끝에 인터넷 최저가보다는 1~2만원 비싸지만 AS의 편리성과 배송의 신속함을 고려해서 동네 악기점에서 구매하고 바로 배송을 받았는데...




쌔 피아너에 얼척없게도 건반하나가 삐쭉 솟아 있었다. 그것도 핵심 음역대의 핵심 음계중 하나인 파음이라능.
다행히도 동네 악기점 사장님이 직접 배송도 해주시고 포장도 뜯어주셔서 바로 불량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장님도 이런 경우가 첨이라며 엄청 당황해하시더니
원래 절차상으로는 지난한 불량확인 과정을 거처야 하나
이거슨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것이므로
여저저차 확인해보고 담주에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며 다시 연락주기로 했다.

약 10여년의 고민끝에 마침내 장만한 피아노에 사장님도 생전 첨이라는 불량이 발생하니 나또한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나마 동네 악기점에서 사서 사장님이 직접 확인해서 다행이지 인터넷에서 샀다 혼자 교환받으러 여기저기 연락하고 신경썼을 걸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서 파 소리가 안나는 피아노를 투덜투덜대며 쳤을 것만 같다.

여튼 피아노 사기까지 고민한 10년이면 피아노 수십곡은 완곡을 하고 피아노 한대쯤은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 기간인데 왜 그리 고민만하고 시간만 허비하다 암 것도 못하고 살만찐 지난 인생이...

요즘처럼 중고 판매 플랫폼도 잘 되 있는 세상에 고민하지 말고 일단 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포장도 안 뜯은 캠핑 버너부터 팔아치워야 될텐디. 오래 살아서 물건이 넘 많아. 책도 죄다 팔아 치워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