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이 회사에 와서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최근 상사가 바뀌면서 공황장애 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안과 공포에다
예기불안이 정말 극심했는데
주말 할로윈 참사에 불안이 극에 달해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다행히 큰 발작은 없었고 과호흡 정도였지만
일상적인 불안과 두통, 수시로 치솟는 예기불안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교감 신경이 팽팽 돌아가서
시종일관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공황장애구나 라는 걸 제대로 체감했다.
지난번에는 술로 어찌어찌 순간순간 증상을 완화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술을 마시면 취할 때는 약간 증상이 완화되지만
술이 깨고나면 불안이 배로 몰려와서 술이 더욱 악화시키기만 한다는걸 깨달았다.
약도 없이 주말을 공포에 시달리며 버티고
오늘 약 받아와서 쓸데없이 팽팽 돌아가는 교감 신경을 겨우 죽이고 나니
이야...이제서야 극심했던 불안과 두통이 사라지고 아주 오랜만에 평안이 느껴진다.
아이고..이제야 한숨 돌리겠네.
말하자면 쓸데엄시 리소스 잡아먹는 응용프로그램을 향정신성 약품으로드가 작업관리자 모드로 들어가 강제 종료 시킨건데
그러니 다른 프로그램들이 쾌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는 역시나 작동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에 다시 한번 확신을 함.
더불어 역시 향정신성 약품이 짱이야!
의존성이 있기는 해도 술처럼 살도 안찌고 건강도 크게 안 해치고 얼마나 좋아.
그래서 사실 우울증이라고 공황장애라고 우울해 할 필요는 엄다. (첨에 진단 받았을 때는 엄청 우울했지. 일단 뭔지 잘 모르니까 큰 병 같아서 그랬던 듯.)
인간의 신체는 물론이요 정신마저도
결국 물질의 집합체일 뿐이고 물리와 화학의 영역이므로
고장나면 고치고 과부하 걸리면 약물 써서 쓸데엄는 프로그램 죽이고 최적화 시켜서 살면 되지 모.
예전에는 약 먹으면 웬지 정신이 둔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다 약에 의존하는게 웬지 지는 것 같고 술도 먹어야되서 약은 잘 안먹었는데 바보같은 짓이었어.
약 먹어서 일단 컴을 잘 돌아가게 만들고 뭘 해야지
괜히 버벅되는 컴 가지고 어떻게든 뭘 해보려고 하는 건 엄청 비효율적인 거라고.
담배와 술을 거쳐 나의 새로운 소울메이트는 이제부터 졸로푸트와 자나팜 입니다. 훗훗.
내가 정말 아이스크림에 프로작 가루 뿌려먹는 노친네로 노년을 맞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혼자 사는 쓸쓸한 독거노인의 말로는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주말에도 예기 불안이 심해진게 혼자 있을 때 발작 올까바 걱정되서 였음.
그나저나 넘 스트레스 받은 요 몇주간 사라진 내 근육 3kg 넘 아깝..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