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

03_갈등에 취약하다.

물미역 2019. 5. 15. 20:16

회사 칭구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논쟁을 좀 하고 내내 마음이 걸려 생각해보니, 

나라는 사람은 워낙 혼자 오래 살다 보니,

내 나이대에 비해 사적 관계에서 갈등 노출 경험이 압도적으로 적은 관계로

타인과의 갈등에 워낙 영향도 크게 받고 갈등 조정도 잘 못하는 등등 갈등에 무척 매우 취약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 타고난 성향이 워낙에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것도 있데다  

오랜 독신 생활로 갈등에 대한 경험치 부족으로 갈등이 닥치면 도통 어찌할 바를 몰라

평화주의자를 가장한 갈등 회피주의자의 성향이 더 심해진게 아닌가 싶었다. 

인생을 살면서 칭구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이라도 갈등이 없을 수가 없기 마련인데, 

난 갈등 자체를 매우 무서워하거나  상처도 크게 받는, 

한마디로 쫌생이가 되버런 것이다.

 

이런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 것은

알바를 마치고 다른 알바를 하러, 애 셋 친구네 집에 갔을 때이다.

아직 돐이 안된 낯가림 심한 셋째는, 

웬일인지 해맑은 미소로 나를 맞이했지만, 

11살 첫째와 9살 둘째는 어째 풀 죽어 보는 것이 집안 분위기가 평소와 사뭇 달랐다. 

내가 재하청을 준 인형 눈알을 칭구가 잘 붙였는지를 보는 검수를 하는데,

첫째가 쭈뼛뿌뼛 엄마 고무줄 어딨어...라고 말을 거니까,

친구가 어제 네가 잘못해서 혼났잖아. 우리 아직 냉전 중이야 그러길래,

아..또 말썽 피워서 혼났구나 싶었지. ㅎㅎ

잠시 후에는 둘째가 와서는 엄마 이제 우리 화해하자라고 하고,

칭구는 화해는 서로 잘못할 떄 하는거고 우리는 네가 잘못한거잖아, 화해가 아니라 네가 잘못했어요...하기 전엔 냉전이야...라고 하더라구. 

역시 어린 자식들이라고 해도 인간 관계인 이상 갈등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

이렇게 상시적으로 지지고 볶고 해야 아량도 생기고 갈등에 면역도 되고 하는데, 

독신 생활은 여러모로 사람을 쫌스럽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