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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물미역
2020. 4. 23. 12:50
업무적으로 가장 자주 보는 직원 중의 한명인 Bell에 대해 써보자.
일을 꼼꼼하고 차분하게 잘 해서 은근 호감이 가던 그녀였는데,
낯을 가리는 나와 달리 먼저 밥을 먼저 먹자구 해서 오늘 같이 먹었음.
하도 일을 노련하게 잘해서 여기 오래 다닌 줄 알았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거 알고 깜놀함.
S전자 출신의 30대 중반 친구인데,
무려 S전자에 다니면서도 회사에 비전이 없다 생각하고,
작년말에 열심히 이직 준비해서 여기저기 붙었는데,
연봉이나 시장 전망, 사내 분위기 등등을 고려하여 여기로 정해서 왔다고 한다.
영어와 일어 능통자에다
S전자 다니는 동안에는 휴직 제도를 이용해서 1년간 세계 여행도 하고,
벌써 자가 주택도 마련하고 주식에도 밝은,
뭐랄까, 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세상을 살아온 나와 정반대인 자기주도적이고 씩씩한 친구인지라,
띠동갑에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스펙이 문제가 아니라 뭐가 디게 어른스럽더라구.
이를테면 아 놔 B사 갔어야 했는디....투덜투덜....뭐 이런 말 하면
넘 빨리 옮기지 마시고 몇 년 있다 저랑 같이 옮겨여...뭐 이런 말 해주고 그런다 말이야.
나의 뻘소리를 지긋이 누르면서 상황을 정리하는 얼마나 최적화된 멘트냐 이말이야.
세상에는 참 잘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나의 내면과 사생활이 텅 비어 있는채로 알콜만이 휘몰아쳐서 부끄러운데.
역시 이 칭구들과는 거리를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