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20. 11. 13. 11:51

1.

어제는 외부에서 워크샵에다 회식이 있어서 하루를 통으로 날려먹었다.

자제했어야 했는데 간만에 술먹을 핑계라 음청음청 많이 마셨다. 

덕분에 숙취로 이해 오늘 오전까지 날려먹었다.

아. 이 어리석은 자여. 

요즘은 가을이라 그런지 폐경기가 다가와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지 뭔가 욕구가 맹렬해지고 있다.

방탄이든 누구든 덕질이라도 해서 욕망을 건전히 해소해야 되는데, 

연예인 덕질에는 영 관심이 없다 보니 유튜브를 열심히 보는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요즘에 열심히 보는 유튜브는 이 채널인데, 

의사에다 목소리도 좋은데 루저적 정서를 기본으로 깔고 하는 여러 진지한 컨텐츠들에 간간히 병맛 크리도 터져서

음청 잼나게 보고 있음. 특히 '살면서 느낀 것들' 시리즈는 들어볼만 한다.

www.youtube.com/channel/UClwWLY0JLYznXuCLJkB10lQ

 

닥신TV

 

www.youtube.com

현실에서도 나는 이렇게 희미하고 순하게 생기고 실제 성격도 순하고

조근조근 말하는 똑똑한 30대의 남자애들을 좋아하는 듯하다.

물론 침착맨이나 슈카처럼 같은 병맛 터지고 경박한 똑똑한 30대 남자애들도 좋지.

그냥 똑똑한 30대 남자면 다 좋은건가?

큰일이야. 증말.

어제는 회식하는데 누가봐도 아저씨인 옆팀 팀장님이, 

나랑 너무 죽이 잘 맞는다고 누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해서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 했음.

나의 정체성은 어느덧 시커먼 40대 아저씨들이 누님누님하는

 '뚱뚱한' 40대 중반의 아줌마라는 것에 아직도 가끔 적응이 잘 안됨.

'뚱뚱한'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응당 가져야 할 사회적 애티튜드도 잘 감이 안 잡히고 자신이 없음.

......라고 하다보니 정말 오전이 통으로 날아감.

원래 오후에 교수님 논문 지도 받으러 가야 되는데

하도 한게 없어서 담주로 미루자고 말씀드렸는데 답이 없으시고. 

아아아아아아아아...

2.

얼마전에는 회사 구매부 팀장과 밥을 먹었다.

나는 이 구매부 팀장을 전부터 눈여겨 보았는데

컨설팅 업체 쓰는 것 때문에 몇 번 같이 일했는데

이쁘고 회의 리딩도 단호하게 잘하고 일도 딱부러지게 하더라구.

게다가 나보다 어리긴 하지만 이쪽도 노처녀이기도 해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쪽도 내게 호감을 몇 번 표시해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나는 그러면 안되는데 여전히 낯가림과 수줍음이 먼저 관계을 맺어나가는게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여튼 그녀와 함께 입사 이래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점심 시간을 가졌다.

회사에 순하고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지만, 

다들 너무 어리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더랬지. 

그녀가 마냥 편한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맘이 맞는 사람을 찾아 다행이다.

근데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 

사회에서 친하고 가까운 인간 관계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실낱같은 인연들을 꾸준히 만나고 또 보내야 그중에서 뭐라도 남을 텐데, 

이렇게 폐쇄적으로 살아서야 어쩔려고 그러는지..

저기....이제 그만 징징대고 빨리 논문을 쓰는게 어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도저히 떠날 수가 없다.

3. 

간신히 완료 버튼 누르고 페북열었다. 

얼마나 또 시간을 버릴지 흥미진진하다.

4. 

다행이다 30분만에 페북 탈출.

이번엔 노동요를 틀려고 유튜브를 열었다. 

근데 추천 목록에 볼게 너무 많아.  아..이 개미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