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9. 8. 18. 21:20
공항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도보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출장은 기간이 길어서 넉넉하게 캐리어를 두 개나 챙겨간데다
시골이라 할일이 엄서 쇼핑도 무지하게 한거랑 선물받은 술 등등하니 가방이 엄청 무거웠음.
드물게도 위탁 수하물 중량을 초과했을 정도에다
노트북 가방 따로에 기내면세점에서 산 아빠 양주랑 내 양주까지 해서 정말정말 짐이 많았음.
특히 캐리어는 어찌나 무거운지 바퀴가 무용지물일 정도로 잘 안 끌림.
공항에서야 카트 끌고 어찌어찌 다녔지만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이 무겁고 많은 짐을 옮기는데 대책이 엄는거야. 그렇다고 택시를 탈 수도 엄서. 도보 3분인데 먼 택시를 타.
그런데 막상 가려니 캐리어가 넘 무거워서 잘 끌리지도 않는거야.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있어서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가면 훨씨너 나으련만
언니는 조카 방학을 맞아 경주에 내려가 있어서 부를 수도 없고 등등의 이유로 3분이면 올 거리를 혼자서 낑낑대느라  20분에 걸쳐서 오고야 말았다.

집에는 가야겠는데 짐이 무거워 발을 내딛을 수가 없어 너무너무 힘든데 짐을 나눠들 사람하나가 엄서서 한발한발 간신히 걷는 내 인생이 어찌나 비참하게 느껴지는지 집에 갈 수도 그렇다고 짐을 버릴 수도 없이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길바닥에서 거의 울기 직전이었던데다 급기야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라 역시 상담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마터면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사례를 할테니 캐리어 하나만 좀 집까지 끌어달라고 부탁할 뻔 했는데 또 그럴만한 오지랍은 또 엄서서 혼자 비참함을 꾹꾹 누르고 무거운 발걸음을 디딜

혼자 사는 건 어쩜 이리도 도통 적응이 안되는지.....

온몸으로 캐리어를 밀다시피 해서 한발한발 간신히 전진해서 마침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어찌나 고군분투했는지 다리가 온통 긁히고 멍투성이...아아...존엄성이 무너져.....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당연하게도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도 엄고...

아흑흑흑. 진짜 살기 싫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내가 다를게 무어야!!!

애초에 집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릴게 아니라 삼성동 공항 터미널로 가서 거기서 택시를 타고 집앞까지 왔어야 했다는 생각도 드는구만. 사람이 엄서 부족한 부분은 아쉬운 대로 돈으로라도 발라야지 모.
그렇다고 정말 죽을 수는 엄잖아.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최소 20년정도는 꾸역꾸역 어떠케든 살고 그 뒤에 스위스 가서 안락사 해야겠다.

생각해보니 지금 좝 이너뷰 보는 회사의 리포트라인이 스위스에 있잖아!! 이거슨 운명인가!!

P.S 결국은 무사히 집으로 가져온 술 5병.
로얄 살루트는 아부지 드릴려고 사온 거고 선물받은 오른쪽 미국 버번 위스키와 마트에서 산 와인이 아주 기대됨. 훗훗. 조니워커 블루라벨도 한번도 안 먹어봤는데. 데헷헷. 술창고에 술이 늘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