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19. 9. 1. 18:16

마감시간을 12시간쯤 앞둔 지금

연구 계획서 공정률은 약 70%에 달한다. 

사람 심리가 이상한게 공정율이 30%일 때는

1분1초가 아깝고 '혼술'로 흘려보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생각이었는데

50%를 넘어가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싶어 급속히 나태해지면서 생산성이 퐉퐉 떨어져서 ,

네이버 웹툰 <식스틴>을 엄청 몰아보고 있다. 

이러다가는 연구 계획서 완성보다는 식스틴 완결을 보는게 더 가까울 것 같다.

여튼, 만화든 영화든 소설이든 모든 창작물의 장점이란 무릇, 막연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들을,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인데 만화를 보다 보니 문득 동질감까지는 아니고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식스틴의 여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다.

부모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받지만, 

이런 두려움이 상존한 나머지 안 좋은 습관이 생기고 모 그런가보더라구.

사실 나는 지금은 물론이고 어렸을 떄도 이런 생각을 의식적으로 해본적이 '전혀' 없고,

굳이 따지자면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고 확실히 애기할 수 있는데,

내가 만난 상담쌤들은 내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자신의 기능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워커홀릭이 되곤 하는 이유를 비슷하게 찾곤 햇던게 생각이 났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애정 결핍이 발생했고, 

부모와 인정을 받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다보니 지금도 일 중독에 되고 모 그렇다는 거지.

내가 만났던 상담쌤들은 항상 가족간의 관계를 묻고 그 관계에서 내 우울과 불안의 원인을 찾으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질문들이 참 무의미하게 느껴진게 

내 어린 시절과 가정사가 마냥 행복하고 마냥 순탄하지 않았고

나름의 아픔과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제와서 서로 눈물 흘리며 풀아여할 앙금이나 서운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여차저차 투닥투닥 잘 지내고, 

엄마의 여전한 낭비벽은 가계 경제의 불안 요소라서 가끔 엄마에게 소리지를 때도 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동생이 아픈 손가락이지만, 

이런 고민 정도 없는 집이 어디에 있겟으며, 

생활로써의 가족 관계에 커다란 어려움이나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만화를 보다보니 뭔가 기시감이 들어거 길게 써봤는데 쓸수록 여기 아닌 거 같아. 

종종 '나는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한데 상담 선생들 애기나 이 만화와 같은 경우는 아니인 듯.

내가 봤을 땐 다 유전이야 .유전. -.-

그냥 자아가 약하고 불안과 우울로 점철된 유전자를 타고 났을 뿐이야.

아...그나저나 웹툰 보느라 두시간 가뿐히 날렸네. 

이제 마감까지 10시간 남았나. 데헷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