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2020. 5. 26. 20:00

오늘은 내가 쓴 영어 메일을 Han이 고쳐 주었다. 

내가 개발새발 쓴 영어 메일의 요지를 Han에게 한국말로 설명하면 알아서 고쳐주니까 어찌나 편하든지, 

어린 애에게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다소간의 겸연쩍음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 였다. 

나도 Han 나이에 Han만큼 유학갔으면 Han만큼은 영어했을거니까 사실 하나도 안부끄럽다. 

최근에 누군가 출퇴근 시간 길면 그 시간에 영어 공부 하면 되겠다고 애기해줬는데, 

그 애기 듣는 순간 깨달았어. 

나는 사실 영어 공부 열심히 할 생각이 1도 없다는 것을.

영어 공부 요령이야 어렸을 때부터 일찌감치 알고 있고 시도도 해봤지만, 

매번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 했다. 

원체가 난 뭐 열심히 하고 그러는 타입이 아닌 것이다. 

닥치면 꾸물꾸물 하기야 하지만 말이다. 

천성이 그런데 지금은 늙기까지 해서 삶에 대한 의지 따위 더욱 멀어진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나의 영어 공부 마지노선은 특별한 준비 없이 회화 하는 것 정도다. 

심지어 예전에는 미드를 자막없이 보거나 자막을 깔더라도 영어자막으로 보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없어. 

무조건 한글 자막이야. ㅋㅋㅋ

몰라. 다 귀찮아. 이대로 살끄야. 

난 늙었어. 

P.S 

근데 생각해보니 나 Han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같아. 

애가 어머 Sue님 넘 훌륭해여. Sue님이 한거 보고 감탄하고 있었어여..머 이런 말을 자꾸 하니까

웬지 개가 할 일을 다 내가 하고 있는 기분이야.

아. 이런건 가스라이팅이 아닌가. 

여튼 일종의 매니퓰레이션이 의심된다 말이다.